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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는 BMW가 EGR 부품들의 결함을 고의로 은폐했는지 여부와 화재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들의 정신적 피해를 법원이 인정할 것인지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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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의 핵심 쟁점은 BMW가 결함을 알고도 그동안 이 사실을 은폐해 왔는 지 여부다. BMW 코리아는 EGR 쿨러(냉각기)와 밸브의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을 발표했었다. 결함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다. 현재 경찰은 시민단체 등의 고발을 접수해 은폐여부를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수사관 30명을 투입, 서울 중구에 있는 BMW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차량 제조사가 결함을 은폐 또는 축소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소송에 참여한 BMW 차주들은 “2015년부터 520d 차량에서 다수의 화재사고가 발생한 만큼 BMW 측이 EGR 부품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했어야 했다”며 고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BMW측은 차량 문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6년이 맞지만 원인을 파악한 시점은 올해 6월이라고 반박한다. BMW는 또 디젤 차량에만 결함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은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BMW 화재 관련 긴급간담회 자리에서 “디젤 차량 일부에서 EGR 쿨러 결함을 확인했다”며 “가솔린 차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올해 BMW 화재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가솔린 차량 화재는 5건이다. 해당 기자회견이 열렸던 날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양양고속도로에서 발생한 39번째 화재 차량도 가솔린 차량이다.
임지웅 법무법인 P&K 변호사는 “BMW가 화재와 인과관계가 있는 결함을 은폐했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다면 집단소송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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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차주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인정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2000여명 가운데 실제 화재 피해를 입은 차주는 20명 뿐이다.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BMW 차주들은 화재 우려로 차를 이용하지 못해 경제적 피해를 보았고, 화재 걱정에 정신적 충격을 받은 만큼 회사측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우세하다. 판례를 보면 법원이 무형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는 데 인색해서다.
전직 판사 출신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신적 손해배상이란 것이 결국 화재로 인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라며 “직접적인 화재 피해자면 모를까 현행 민사법에서 불안감을 이유로 위자료를 책정한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차량 화재로 대규모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이 처음이고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차량에 정부가 운행정지 명령을 내리는 등 기존 사건과는 성격이 다른 만큼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BMW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성승환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화재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부품 교체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운행정지를 내린 것도 처음인 만큼 기존 판례에 비춰 위자료 인정이 어렵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