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철강 및 무역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지난 5월 1일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쿼터제를 도입키로 한 이후 전세계 각국의 유사한 보호무역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제품군 및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 철강재를 대상으로 하는 세이프가드와 함께 일부 제품군을 대상으로 고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
터키는 미국의 쿼터제 부과 시행 전후인 5월 수입철강재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에 들어갔고,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는 이달 7일 세이프가드 조사 개시를 발표했다. EU는 지난달 19일부로 세이프가드를 잠정발동한 상황이다.
EU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네번째 철강 수출시장으로 꼽힌다. 총 수출액은 29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전 수입국을 대상으로 3년치 평균 수입물량 100%를 기준으로 이를 넘기는 물량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큰 위험부담은 없다고 하지만, 계약시점에 따라 25% 고관세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터키 역시 2016년부터 우리나라 철강재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시장으로, 지난해 수입액은 터키에서 두번째로 높은 8억8000억달러 수준이다. 자유무역협정(FTA)체결로 현재 우리나라 철강재는 면세 또는 3%대의 낮은 관세를 부과 중으로, 행여 관세 부과가 결정될 경우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
한국산 철강재 대상 반덤핑 조사로는 캐나다가 5월 냉연강판, 7월 부식방지 도금강판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캐나다의 경우 현재 반덤핑 규제 대상 품목 중 60% 이상이 철강제품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중국 역시 포스코를 대상으로 지난달 23일 스테인리스스틸 빌릿 및 열연코일 반덩핑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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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철강시장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와중에 당장 피해가 없다고 손 놓고 있는다면, 향후 이같은 조치들이 강도를 높일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며 “수출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국내 시장이 중국, 인도, 터키산으로 공급과잉을 빚을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내수시장이 수입산 철강재 공세에 취약한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중국산 철강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국내 내수 시장의 수급 상황이 타이트해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불안감은 다행이 높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과거와 같이 국내 내수 시장이 중국산 철강재에 시달릴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