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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文 소득정책, 재분배 기능 동의하지만 성장론으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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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18.02.08 05:50:00

내달 경제학회장 취임 김경수 교수
최저임금 인상, 취지는 좋지만…
고용 감소·해외 이전 부작용 낳아
근로시간 단축도 中企 감당 어려워
강남 집값 인위적 조정으론 역부족
시장에 反하는 정책은 통하지 않아
교육 문제 등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혁신없으면 중산층 세금고통 클 것

김경수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성장이 전체에 확산되지 않으면 그것이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지난 2012년께부터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졌다는 진단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난해 연 3% 성장을 이뤘지만 ‘위기’를 말하는 인사들은 여전히 많다.

일순간 충격파가 덮치는 과거식(式) 위기보다 더 무섭다는, 서서히 데워지는 솥단지 속 개구리 신세인 위기. 그 와중에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서는 여기저기서 갑론을박만 난무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데일리가 차기 한국경제학회의 수장인 김경수(65)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를 찾은 건 이 때문이다.

김 교수와 인터뷰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집무실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정부, 경제정책 더 신중해야”

-3% 성장했지만 많은 사람이 위기를 말한다.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의 성장 랠리가 시작됐고, 올해와 내년도 그럴 것으로 본다.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고, 교역량도 늘고 있다. 수출 주도의 우리 경제에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내수는 여전히 어렵다. 소비를 억제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청년 실업률도 굉장히 높다. 성장을 일부가 주도하고 있다. 성장이 경제 전체에 확산되지 않으면 그것이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문재인정부의 소득 정책은 어떻게 보는가.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50년간 수출 의존적인 성장을 해왔다. 문재인정부의 선언은 더이상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수요 측면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인데, 학계는 대체로 썩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 핵심은 소득 주도 성장의 소득 재분배 기능은 동의하지만, 성장론으로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계는 어떤 부작용을 우려하는가.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400만명이 넘는다. 우리나라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 멕시코, 이탈리아 등 세 곳뿐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소득을 올리면 고용을 주던 자영업자들은 1인 자영업으로 가든, 무보수 가족 노동으로 가든 할 것이다. 고용은 감소하고 자영업 경영도 악화될 거다. 규모가 큰 업체는 해외로 이전하든 공장을 자동화하든 할 거다.

-근로시간 단축도 파장이 클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보면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매우 길고, 그런 나라는 예외없이 상대적으로 저소득 국가다. 노동 생산성도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기존 휴일근무와 연장근무 등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 분명 부담이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 정책은 목표를 정해놓고 과정을 끼워맞추는 느낌이다.

△신중해야 한다. 정부 정책은 (정책을 받아들이는 국민들과) 일종의 게임 같은 것이다. 정부의 생각과 결과가 반드시 같아진다고 볼 수 없고, 만약 큰 차이가 난다면 정부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령 근로시간 단축법도 여야가 합의했지만 결국 시행은 정부가 하는 것이다. 책임도 정부가 지는 것인 만큼 조심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보는가.

△정부가 당초 의도와 반대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만약 반대 결과가 나와 정부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다음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포인트가 하나 있다. 단기부동자금이 워낙 많이 풀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각종 상품들의) 수익률이 떨어져서, 투자를 할 때 신중하게 고른다. 다시 말해 신용이 급격히 팽창할 때는 (투자 성향이 일부 상품에 쏠릴 수 있고) 자칫 정부 정책이 불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때는 강남 집값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시장에서 오르고 내리는 것이다. 정부가 (교육 문제 등) 다른 정책과 연결하지 않고 단지 집값만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니) 조급해지는 것이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쳐내서 해결될 문제 같지 않다. 시장을 반(反)해서 정책을 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는 거시적으로도 보고 교육 문제도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 할 것 같다.

김경수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은 “의외로 경제 개혁의 과거 경험을 보면 보수정권보다 진보정권이 잘 했다”며 “문재인정부는 더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文정부, 구조개혁 더 분발해야”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우리나라는 경제 유연성이 대단히 떨어진다. 정규직 과보호가 대표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어떻게 연착륙할 것이냐 인데,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부 입장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은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이다. 빨리 효과를 내서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어느 정부나 똑같은 것 같다.

-이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의외로 경제 개혁의 과거 경험을 보면 보수정권보다 진보정권이 잘 했다. 김대중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했던 구조조정이나 노무현정부가 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다. 진보정권 때 여론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덜 한 것 같다. 문재인정부가 더 분발해야 한다.

-경제에 있어 정치의 역할도 중요하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정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해졌다. 요즘은 모든 경제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법도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정부도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제는 엘리티즘은 거의 없어진 거 같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엘리티즘에서 포퓰리즘으로 간지 상당히 됐다. 촛불 혁명도 그렇다. 대중들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모든 정책의 틀이 바뀌는 건가.

△그렇다. 포퓰리즘은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투표권자들이 집단지성을 제대로 발휘하는 나라는 위기를 쉽게 극복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힘들어질 것이다.

“혁신 없으면 세금 고통 시달릴 것”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정부가 엄청나게 돈을 썼을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자녀를 몇 명 낳을 것이냐는 본인의 최적화 과정에서, 주어진 예산 제약에서 하는 것이다. 어디선가 첫 단추를 꿰야 한다.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양성평등제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법으로 의무화 한다든지 하는 정도가 아니면 이 문제는 계속 불거질 것이다.

-증세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앞으로 국가채무는 급격하게 늘 것이다. 고령화 때문에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떨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문제다. 증세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세금을 더 걷는다는 건 쉽지 않다. 초고소득층에 걷는 것은 (세수 측면에서) 크게 기여하는 게 아니다. 어떤 시그널 정도의 효과일 것이다. 결국 중산층의 세금 부담이 늘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텐데.

△지난해 타계한 미국 경제학자 고(故) 윌리엄 보몰 교수가 자주 한 말이 있다. ‘혁신이 없다면 중산층은 세금 고통에 계속 시달릴 거다. (그런 점에서 혁신이 잘 일어나는) 미국은 복받은 나라다.’ 이게 안 되면 결국 빚을 내야 한다.

김경수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이 지난 5일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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