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대우건설 안고 단숨에 건설업계 3위로 껑충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작년 시공능력평가액 8조3012억원을 기록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호반건설은 2조4521억원으로 13위였다. 최근 3년간 대우건설의 공사실적은 공공·민간부문을 합쳐 13조4059억원으로 호반건설의 3조3217억원에 비해 4배 이상이다. 매출액도 지난 2016년 기준 대우건설은 11조1059억원인 반면 호반건설은 1조2520억원에 머물렀다. 새우와 고래, 동네 슈퍼마켓과 대형 마트라는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몸집이 큰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호반건설은 단숨에 대형 종합건설사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양사의 시공평가액을 합치면 10조7534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선다. 2위인 현대건설(13조7106억원)과 비교하면 3조원 가량 부족하지만 인수 시너지가 제대로 난다면 순위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호반건설은 주택사업 중심이었던 포트폴리오를 토목과 플랜트 부문으로 다각화할 수 있고,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노하우와 영업망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타진할 수 있다.
건설업종의 핵심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맨파워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된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기술 인력은 5214명으로 호반건설의 434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호반건설의 경영 방식을 대우건설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양사를 합쳐 단기적으로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를 더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우건설이 초기 경영 안정성을 확보한다면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부문 경험 전무 등은 걸림돌…‘승자의 저주’ 우려도
호반건설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1996년 설립 후 주택사업만 해온 호반건설이 다양한 사업분야를 갖고 있는 대우건설을 이끌고 갈 수 있겠냐는 견해도 적지 않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끼리 합쳐서 시너지가 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산업은행 소유였을 때의 해외 수주나 차입금 메리트가 이제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우건설 내부 반발이 상당한데다 양사의 이질적인 조직문화도 걸림돌이다. 호반건설은 김상열 회장이 사업 전반에 걸쳐 직접 의사 결정을 내리는 오너 경영 체제인데 반해 대우건설은 이와 달리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은 오너 개인의 사업적 감각이 경영 전반을 컨트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대우건설처럼 덩치가 큰 회사는 무엇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사업 건마다 오너의 승인을 거치게 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수 대상인 대우건설의 덩치가 워낙 큰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유동성 위기로 다시 매각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 논란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사들이는 가격은 약 1조6200억원이고, 이 중 1조3000억원이 산업은행에 우선 지급된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에 투입한 3조2000억원에 비하면 인수가액이 절반을 밑도는 셈이다. 따라서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에 6조4255억원에 매각됐던 것과 비교하면 호반건설로서는 자금 부담이 덜하다. 또 호반건설이 제시한 분할매수 조건(40% 지분인수·추후 10% 인수)이 받아들여지면 당장 필요한 대금은 1조3000억원 안팎으로 크게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약 1조원 안팎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와 비교해 대우건설이 시공능력 순위는 그대로지만 재무건전성이 나빠졌다는 점은 인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우건설 부채는 2005년 말 3조1756억원에서 작년 9월 말 7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금호산업에 넘어간 이후 본사 사옥이던 서울역 앞 대우센터(현 서울스퀘어) 등 알짜 자산 상당수를 팔았다”며 “당시와는 유형자산 구성이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