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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론' 솔솔…환영하는 중·러 vs 경계하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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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기자I 2018.01.30 05:30:00

中러 "북미 직접대화, 지원할 준비 돼 있다" 환영
''대북제재'' 美, ''반미 메시지'' 北..기 싸움 시작
올림픽 끝나는 3월말까지 묘안 내놓아야..韓 숙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1일 앞둔 29일 오전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파크에서 최강 추위 속에서도 조형물 공사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물꼬를 튼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북미대화론’에 불을 지피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북미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올림픽 이후 다시 북미간 ‘강 대 강’ 국면으로 회귀하는 걸 우려하는 문재인정부가 대화 성사에 적극적인데다, ‘북한의 체제 유지’를 원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측면 지원하면서다. 미국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향후 대화 주도권을 놓고 미· 북, 미·중간 물밑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사활 건 韓, 측면 지원 中러..간 보는 北美

문재인정부의 구상은 ‘남북대화를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로 이어가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힘을 실어줬다.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6일(현지시간) 중국 중앙(CC)TV와 인터뷰에서 “남북 간 올바른 교류가 적절한 시기에 각국, 특히 북미 간 직접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전체 한반도 정세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앞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20일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미국과 북한 간 직접 대화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이 북한 국가과학원을 현장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사진을 보도하며 구체적인 날짜는 명시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북한도 드러내진 않지만, ‘북미대화’가 체제 생존과 연결돼 있는 만큼 ‘환경 조성’이 이뤄진다면 거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 27~28일 다섯 건의 반미(反美) 메시지를 낸 것도 대화를 염두에 둔 일종의 ‘기 싸움’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미국 때리기는 ‘대화하자’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며 “정권 차원이 아닌 관영매체를 이용하는 건 선은 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 행정부가 24일 북한의 원유수입을 담당하는 원유공업성을 포함한 북한과 중국 기관·개인 등을 무더기로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 지정하면서 말 대신 ‘행동’으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림픽에 미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게 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이 올림픽 기간에 메시지를 가로채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도, 북한이 건군절을 올림픽 바로 전날인 2월8일로 재지정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내세운 대대적 군사퍼레이드, 즉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반응이 미 조야에서 흘러나온다.

돌발 상황까지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국은 올림픽 안전을 위해 개막 전후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할 계획인데, 한태성 북한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23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남북 관계의 긍정적 분위기에 젖은 담요를 던지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며 “극단적인 갈등 국면으로 치닫게 만들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묘수 찾아야 하는 韓, 결국 美中이 결정?


문재인정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평창올림픽 이후인 오는 3월 말~4월 초께 재개될 수 있다”(수미 테리 전략 국제문제연구소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고 본다. 올림픽이 모두 끝나는 3월18일을 전후해 미국에 대한 설득작업과 북한에 대한 회유작업을 동시에 마무리지어야 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6일 한 강연에서 “3월25일 이전에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되도록 견인하는 것이 올림픽 이후 평화적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만약 올림픽이 끝난 후 북한이 도발하거나 한미 양국이 바로 군사훈련을 재개하면 어렵게 성사된 대화국면은 물거품으로 귀결될 수 있다. 청와대는 28일 최종건 평화군비통제 비서관을 미국 워싱턴D.C.로 보낸 것도 ‘포스트(Post) 평창’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에서의 대화를 원한다는 점이다. 출발점에 세우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다. 외교가에선 미국이 한미 군사훈련을 1~2차례 더 미루고, 북한도 핵·미사일 실험 동결 선언 정도로 양보하는 선에서 ‘합’을 맞추도록 문재인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북미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과 북한, 더 나아가 중국까지 대화를 앞둔 주도권 싸움으로 봐야 한다“며 ”어느 정도 선에서 물밑 작업이 이뤄지면 북미회담이 됐던, 6자 회담이 됐든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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