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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러다간 강남 집값만 더 오를라

논설 위원I 2018.01.09 06:00:00
연초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에 비해 0.33% 올랐다. 새해 첫 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이다. 특히 강남구와 송파구는 7%도 넘게 뛰었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강남을 겨냥해 재건축관련 규제 강화, 대출제한 및 양도세 중과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강남불패 신화’는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규제의 역설이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자 ‘똘똘한 집 한 채’만 갖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오는 4월 양도세가 중과되기 전에 지방의 집은 처분하고 대신 미래가치가 높은 서울 강남 집은 지키거나 새로 구입한다는 얘기다. 서울 집값은 뛰는 반면 지방 집값은 내림세인 이유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로 재건축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한몫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이 오름세를 주도한 것이 그 결과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달 말부터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한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 카드도 꺼내들겠다는 태세다. 이르면 상반기 내에 인상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을 바꾸는 것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시행령을 바꾸거나 주택공시가격의 시세반영 비율을 높여 종부세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유세 인상이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똘똘한 집 한 채’ 현상이 더 깊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정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대책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출제한과 세금 중과 등 수요억제 위주에 구멍 난 곳을 그때그때 메우는 식의 땜질 처방은 내성만 키울 뿐이다. 규제를 강화하면 잠시 주춤하겠지만 결국엔 더 튀어오르기 마련이다. 자칫 정책 불신을 초해해 시장은 혼란에 빠지고 집값은 계속 올랐던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될 우려가 크다. 이런 식이라면 강남 집값만 계속 오를 뿐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일관되고 장기적인 종합 처방을 고민해야 할 때다. 보유세 인상도 그런 흐름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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