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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의 아름다운 고스란히…궁중무 완벽재현 기대하시라

장병호 기자I 2017.11.13 06:00:00

''춤 인생 50년'' 인남순 한국전통문화연구원장
22일 국립국악원서 조선 마지막 정재 복원 공연
"정재의 매력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더 힘쓸 것"

인남순 한국전통문화연구원장(사진=한국전통문화연구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조선 시대 마지막 정재(呈才)로 기록돼 있는 1930년 영친왕의 환국 근친연(覲親演)이 87년 만에 복원돼 관객에게 선보인다. 오는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하는 ‘인남순 정재 50년 축화지연무회파(祝華之宴舞廻波)’다.

인남순(62) 한국전통문화연구원장이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한국전통문화연구원에서 만난 인 원장은 “정재를 재현해 공연할 때마다 과연 내가 올바른 춤을 추고 있는 건지 고민이 있었다”면서 “이번 공연은 영상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과거의 정재를 보다 완벽하게 재현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는 궁중에서 경사스런 잔치가 있을 때 왕 앞에서 하던 연회를 말한다. 악가무(樂歌舞)를 결합한 대표적인 전통예술이다. 이번 공연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이 1930년 7월 일본에서 잠시 고국에 돌아온 것을 기념해 창덕궁에서 열렸던 정재를 재현하는 무대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전통문화 복원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이자 인 원장의 ‘정재 50종목 복원 10년 프로젝트’의 첫 걸음으로 공연을 기획했다. 영친왕의 환국 근친연과 함께 1901년 고종의 50세 탄신을 경축하기 위해 덕수궁에서 개최했던 정재도 재현해 올린다. 1부는 ‘만수무’ ‘장생보연지무’ ‘보상무’ ‘무고’ ‘가인전목단’으로 꾸미고 2부는 ‘처용무’ ‘춘앵전’ 등 정재 2종목과 기념영상물 상영 등으로 꾸민다.

인 원장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올해를 정재 복원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이유는 최근 여러 자료를 통해 정재 복원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931년 일본 궁내성 소속 아악전습소 강사 다나베 히사오 등이 정재를 촬영한 영상 기록이 그 계기가 됐다. 인 원장은 이 영상기록과 함께 당시 이왕직아악부(현 국립국악원의 전신)에서 활동했던 이병성·성경린·김천흥 등이 남긴 노트 기록을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정재의 춤동작을 찾아냈다.

인 원장은 “그동안 정재를 추면서 왜 처음은 엇박자로 시작하는지 등 여러 가지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번 자료들을 바탕으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면서 “정재를 복원하고 재현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계속 정재 복원 연구에 힘을 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2일에는 국립국악원 대합주실에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1930년대 정재 복원 시연회’도 열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인 원장의 춤 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인 원장은 1967년 12세의 나이로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현 국립국악중·고등학교)에 입학해 조선의 마지막 무동으로 불리는 김천흥을 비롯해 국립국악원 초대 원장이었던 이주환, 중요무형문화재 처용무 보유자 김기수, 장고의 명인 김태섭 등에게서 악가무를 사사 받았다.

유네스코 등재 인류무형유산인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의 전수조교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조선왕조의궤’ ‘악학궤범’ ‘정재무도홀기’ 등을 바탕으로 조선 궁중의 정재를 왕조별로 재현해 국내외에서 공연해왔다. 탤런트 강인덕의 부인이기도 한 인 교수는 정재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드라마 ‘용의 눈물’ ‘황진이’ 등에 안무로 참여하기도 했다.

인 원장은 정재의 매력을 “유교·불교·도교의 아름다움과 깊은 철학이 함축돼 있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춤 한 가락에 하늘과 땅을 아우르면서 동작 하나, 그 긴 호흡에 정중동을 표출할 수 있는 게 궁중무용이에요. 우리 신체에 잘 맞는 춤이기도 하고요. 정재만 잘 알아도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전통문화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을 비롯한 제자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인 원장은 ‘춘앵전’에서 제자들과 함께 춤출 예정이다. 인 원장은 “다섯 살인 손자가 정재 공연 보는 걸 참 좋아한다. 지난해 한 정재 복원 공연에서도 자리에 끝까지 앉아서 공연을 지켜보더라”라면서 “낯설고 어려운 정재도 자주 접하면 그만큼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더 대중화를 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남순 한국전통문화연구원장의 춘앵전 공연 장면(사진=한국전통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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