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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진·부회장)가 앞으로 회사를 이끌 후배들에게 남긴 당부의 말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금의 성과에 취하지 말고, 오히려 더욱 강하고 빠른 혁신을 통해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1일 경기도 수원사업장(디지털시티)에서 열린 48주년 창립기념식에서 밝힌 기념사에서 “일부 사업의 성장 둔화, 신성장동력 확보 지연 등 여전히 많은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어쩌면 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기념사에서 권 부회장이 강조한 사항은 크게 △1위에 안주하지 말자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해 수평적 자세로 외부와 소통하자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경영체질을 갖추자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권 부회장은 “과거 수많은 1위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며 한 순간에 무너졌고, 우리도 사업 재편, 경영 시스템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다가올 10년은 사회 및 인구구조, 기술혁신 등에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며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산업은 급변하고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며, 고객의 요구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를 놓치는 순간 바로 경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다.
권 부회장은 “이런 시기에 기존의 방식으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기존의 생각을 뛰어 넘는 과감한 도전과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질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에서 우리에게 더욱 높은 윤리의식,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활성화되도록 열린 마음으로 수평적 자세를 갖고 외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IoT 시대를 맞이하면서 ‘오픈 커뮤니케이션(개방형 소통)’과 ‘오픈 에코시스템(개방형 생태계)’ 전략을 지속적으로 꾀해왔다. 권 부회장은 이런 전략이 더욱 더 구체화되고 실행 가능한 형태로 바뀌어가야 함을 강조한 것.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더욱 더 높은 사회적 요구를 고려해야하는 점도 언급해 사회적 역할과 지위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정리하자면 사회·경제의 ‘리더십’을 제시해야 하는 삼성전자의 역할론에 대한 본인의 고민과 생각을 공유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환경 속 이사회 중심의 협의 방식 필요
그런 과제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며 전권을 행사하는 중앙집권적(Centralized) 조직문화가 아닌, 이제는 상호 견제와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권한 분산형(Decentralized) 방식으로 혁신을 꾀하자는 것. 특히 ‘배터리 게이트’로 홍역을 치른 갤럭시노트7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공개한다’는 원칙으로 정면 돌파했듯이, 앞으로의 혁신도 이렇게 이뤄내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한 대목을 앞으로 삼성전자 구성원들이 곰곰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권 부회장은 기념사 말미에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자”며 “다시 한 번 초심을 되짚어 보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과거 처음 전자 사업에 뛰어들 당시의 방식으로 지금까지 성공했다면, 앞으로의 성공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초심을 돌아보는 동시에 창의성 장려를 위해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줄여부르는 일컫는 말)’을 추구하는 조직문화의 필요성을 권 부회장이 끝까지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