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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SM그룹 계열사인 ㈜삼라는 지난 18일 광주지방법원에서 경매로 나온 광주 동구 금남로2가에 있는 지하 5층~지상 16층 빌딩을 141억 3749만원에 낙찰받았다. 일명 ‘무등빌딩’으로 불리는 건물은 광주의 대표적인 도심인 금남로에서도 가장 높은 빌딩으로 이 일대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지하철 광주1호선 문화전당역·금남로4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무등빌딩은 지난 7월 처음 경매에 부쳐졌으나 두 차례 유찰돼 최저매각가격이 감정가(251억 4256만원)의 56%인 140억 7983만원까지 떨어졌다. ㈜삼라는 단독으로 입찰에 나서 감정가보다 90억원 싼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
SM그룹이 경매시장에서 빌딩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SM그룹 계열사 산본역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파고다호텔(옛 ‘라미르호텔’)을 경매를 통해 인수했다. 낙찰가격은 437억여원. 지하 6층~지상 16층 규모의 이 호텔은 연면적만 1만 4860㎡에 달한다. 지하철 역삼역(2호선)과 선릉역(2호선·분당선), 언주역(9호선), 선정릉역(9호선·분당선)에 둘러싸여 있는데다가 도로변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여기에 SM그룹은 지하철 2호선 강변역 바로 맞은편에 있는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21 16층과 29층을 경매를 통해 잇달아 매입했다. 이 건물 16층 낙찰자는 SM그룹 계열사인 ㈜SM생명과학이고, 29층은 SM그룹 계열사인 ㈜동아건설산업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특히 동아건설산업은 SM그룹에 인수되기 전 프라임그룹에 속해 있을 때 이 빌딩의 세입자였으나 원주인이었던 프라임개발의 자금난으로 29층이 경매에 나오면서 이를 인수하게 됐다.
이처럼 SM그룹이 최근 경매로 빌딩을 사들이는 이유는 SM상선 등 계열사 사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진해운의 미주·아주노선 영업권을 인수해 지난 3월 출범한 SM상선은 대한상선과 우방건설산업 등을 합병해 자산 1조원의 대형 우량 국적 선사로 거듭나고 있다. 사옥 마련 역시 회사 규모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SM그룹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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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업계는 SM그룹의 잇단 빌딩 매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형빌딩의 경우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자금력이 있는 법인이 매수자로 나서지 않으면 악성 물건으로 남기 쉽기 때문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대기업이 경매를 통해 대형 빌딩을 매입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매도자는 물건 매각을 통해 부채를 갚을 수 있고 매수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양자 모두 윈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SM상선이 이처럼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회사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것에 반해 한때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파산 이후 잇따라 보유자산을 매각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항 바로 옆에 있어 해운 거점 역할을 했던 한진해운의 부산 사옥은 결국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경매 처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