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文정부의 통일부, 朴정부 때와는 달라야

김영환 기자I 2017.09.11 05:3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지금 통일부가 박근혜 정부의 통일부인지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인지 모르겠다.”

지난 8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통일부 출입 기자단과 오찬 장소에서 이 같은 지적을 받고 젓가락을 놨다. 쏟아지는 기자들 질문에도 식사를 이어가던 조 장관은 해당 질문엔 식사 대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어 “제가 드리는 말씀이 과거 (통일부)와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건 그럴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순순히 인정했다.

새 정부 들어 보수 정권 9년과는 다르게 남북 관계가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경색된 남북 간 관계는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우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대응하며 더욱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사이에 낀 통일부 역시 근심이 깊다. 북한이 대화를 수락하고 함께 다양한 사업을 벌이기 전까지는 통일부는 사실상 개점 휴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통일부’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부처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무색무취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얼마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발언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송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전술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소신을 밝혔다. 전술핵의 당위성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송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서의 소신을 밝혔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에 반해 조 장관의 발언들은 큰 틀에서 정부의 입장, 심지어 외교부의 입장과도 대별되는 점이 없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그리고 이를 통한 대화 가능성 모색이라는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만의 통일부 색깔은 온 데 간 데 없다.

지난달 29일 김의도 통일부 기획조정실장은 2018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협력기금이 1조원 가량 편성됐지만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지난 정부에서는 6~7%밖에 집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남북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가 600억~700억원의 협력기금만을 활용하는 부서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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