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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보험료 책정의 기준이 되는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잇달아 끌어내리면서 보험료가 상승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질병이나 상해에 따른 보장범위도 전반적으로 축소하고 있어 고객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고객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 줄줄이 오르고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이달들어 공시이율과 예정이율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생보사 중에선 미래에셋생명이 포문을 열었다. 이달부터 유니버셜종신보험 무배당 상품의 예정이율을 2.75%에서 2.50%포인트로 내렸다. 이럴 경우 고객들이 부담해야 할 실제 보험료는 5~10%가량 오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생명도 지난달 저축성보험에 대한 공시이율을 전달에 비해 0.03%포인트 내린 2.54%, 한화생명도 같은 기간 0.03%포인트 내린 2.51%로 각각 내렸다. NH농협생명(2.56%)과 동양생명(2.55)은 전달에 비해 각각 0.02%포인트, 0.03%포인트씩 인하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IFRS17도입을 앞두고 모든 생보사가 상품 효율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예정이율 인하 등 선제 조치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손보사 가운데에는 메리츠화재가 전체 담보 위험률을 재조정하는 방법으로 보험료 인상기조에 들어갔다. 금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저축성보험 상품도 공시이율을 1년간 0.5% 포인트 인하했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은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각각 0.05%포인트 낮췄다. MG손해보험은 지난달 연금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전월 대비 0.02%포인트 내린 1.95%로 조정했다. 손해보험 업계 ‘빅5’의 보장성·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은 지난해 6월까지 3%를 훌쩍 넘겼지만 1년 새 2.25~2.3%로 내려갔다.
보장은 줄줄이 줄이고
보험료는 오르지만 보장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MG손보의 경우 이달부터 하이패스II 운전자보험의 인수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전체 가입자 대상으로 부상과 골절진단비의 가입금액을 축소했다. 사망과연계된 의무가입금액도 상향 조정했다. 같은 보장을 위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망보험금의 총량을 늘렸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일반 암으로 분류한 갑상선 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을 소액 암으로 분류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이들 암의 생존율이 높아져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보험료납입면제 기준은 강화되고 질병후유장해 보장규모는 줄고 있다. 동양생명, ING생명, 미래에셋생명,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등은 진단율이 높은 질병이나 특약은 보험료납입면제에서 제외했다.
롯데손보는 질병후유장해 특약 인수 기준을 기존 7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흥국화재도 60세 이상 고령자의 후유장해 80% 미만 상품의 가입 한도를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축소했다.
후유장해란 질병 치료 후에 신체 일부를 잃거나 실생활이 불편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암 수술 과정에서 위 절제를 했다면 질병 관련 후유장해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손해율 상승에 따라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은 2014년 122.8%에서 지난해말 131.1%로 2년새 8.3%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사의 손익분기점인 적정 손해율 기준이 80%대임을 감안하면 매년 적자폭이 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2021년 도입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선제적인 관리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가 예정이율 인하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면 결국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며 “보험료 인상 보다는 불필요한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성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예정이율 :보험사가 고객들의 보험료로 투자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로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된다. 고객들의 보험료는 불변인 만큼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보험료가 올라가고 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는 떨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공시이율 :보험사가 일정기간마다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에 적용하는 이자율이다. 매월 운용자산이익률과 국고채 등 외부지표수익률을 반영해 측정한다.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만기 환급금이 줄어들고 이는 곧 보험료 인상 효과로 나타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