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수 헤라몬드 대표 "한국 美로 세계 주얼리 시장 공략"

정태선 기자I 2017.02.02 05:00:00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국내 업계를 대표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우리가 직접 만든 주얼리를 선보인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면서 국내 주얼리 업계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헤라몬드 주얼리 그룹 조근수 대표(51, 사진)의 말이다. ‘응답하라 1988’ 택이 아버지가 지키고 있던 ‘봉황당’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국내 예물·주얼리 업계는 춘추전국시대다. 초고가의 외국브랜드 아니면 중저가의 패션주얼리로 양극화됐다. 예물시장은 종로 귀금속거리와 청담동 일대 보석상 일부가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헤라몬드 주얼리그룹은 프리미엄 웨딩 주얼리 브랜드인 ‘아디에스(ADEESSE)’를 기반으로 해외시장까지 넘보며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조 대표는 지난해 말 주얼리 업계를 대표해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토종 디자인으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까지..매장 평균 매출 국내 ‘최고’

아디에스 커플링.
아디에스 ‘자개반지’
미국 공인 보석감정사, 대한민국 국가공인 보석감정사, 주얼리마스터 자격을 소지하고 있는 조 대표는 국내 주얼리 산업의 흐름을 꿰뚫고 있다. 초반엔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의 디자인 감각과 사업적 재능을 눈여 본 주변의 투자로 30대 초반 주얼리 프랜차이즈를 크게 시작했지만, 외환위기와 함께 쓴맛을 봤다. 당시 수억원대 빚을 안고 쫓겨가듯 연고도 없는 경남 양산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10년 전만해도 국내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의 시선은 너무나 차가웠다. 오로지 티파니, 불가리, 까르띠에 등 해외디자인을 베낀 제품만 찾았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브랜드와 스토리가 있으면 몇 배 비싸고 소비자의 오랜 사랑을 받는다는 데 주목했죠.” 빨리 가는 것보다 정확하게 가자는 신념으로 기술개발과 디자인 연구에 매달린 끝에 인정받기 시작했다. 양산, 창원, 부산으로 직영점을 하나씩 늘려나갔고, 현재 주얼리의 메카인 종로에 본점을 두고 있다. 헤라몬드 주얼리그룹은 중소·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자체 디자인연구소까지 보유하고 있다. 산고 끝에 탄생한 브랜드 ‘아디에스’는 신라시대 장인의 세공기술과 창작력을 모티브로 한국만의 고고한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 2014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웨딩박람회’에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고, 독특한 감성과 깊이 있는 동양적 색감으로 인기를 끌었다. 여세를 몰아 지난 2015년 미국 LA지사까지 설립하면서 수출길을 텄다. 자체 브랜드 아디에스로 아시아 브랜드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멀티브랜드 부띠끄 아뜰리에 7918에 입점했다. 오렌지카운티 내 뉴포트 비치에 있는 아뜰리에 7918은 주로 유럽명품 브랜드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주얼리 매장이다.
조근수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미국 오렌지카운티 명품숍 ‘아뜰리에 7918’에 자체 브랜드인 아디에스로 입점해 있다. 아시아 브랜드로는 처음이다. 헤라몬드 주얼리 그룹 제공.


◇“사치가 아닌 가치로”승부..성장발판 마련, 글로벌 주얼리 그룹으로

디자인 감각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조 대표는 2015년 전세계 18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독일 ‘아크레도(acredo)’의 국내 독점 판매권까지 따냈다. 당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치열한 경쟁이 붙었지만 단순한 유통업체가 아니라 주얼리 명가라는 장점을 내세워 계약에 성공했다. 아크레도는 단순한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명품브랜드다. 20~30대를 중심으로 결혼예물이 간소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바뀌는 흐름을 감지한 그의 안목이 적중했다. 아크레도의 국내 판매량은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트랜드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는 엄마와 아이가 출생부터 성인 때까지 함께 착용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르베베(lebebe)’를 새롭게 선보인다. 태아와 예비 엄마가 소리로 교감하는 공갈 젖꼭지 모양의 펜던트부터 반지, 팔찌 등 단순한 치장을 넘어 가족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그는 이번 브랜드 확장을 회사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패션·웨딩에서 감성 주얼리까지 제품군이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완성됐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해 지난 1월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개최했고, 이번 달 3일부터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에 입점하며 국내 유통망 확장에 나선다.

그는 “지난 20년간 경기침체기나 사회문제 등이 일어나면 사치품으로 취급받던 주얼리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는데, 이제는 사치가 아니라 가치로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티파니처럼 자체 디자인으로 국·내외 널리 인정받는 브랜드를 만들어 글로벌 주얼리그룹으로 도약하고 싶다”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먼저 중국 관광객 등을 겨냥해 주얼리 한류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국내 전시·판매장을 서울 강남권에 마련하고, 아직 걸음마 단계인 미국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캘리포니아 얼바인과 뉴욕에도 자체 지점을 오픈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내 주얼리 업계에도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헤라몬드주얼리 그룹은 매장 평균 매출이나 직원 연봉이 업계 최고수준이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직원의 60%에 달할 정도로 회사 비전을 직원들과 공유하며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아크레도 제작 모습.


조근수 대표는 헤라몬드 주얼리 그룹이 운영하는 4개 브랜드의 우수성과 가치를 대중에 알리기 위하여 지난 1월 11일부터 23일까지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브랜드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는 “아디에스, 아크레도, 르베베를 포함한 4개 주얼리 브랜드를 대중에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침체된 국내 주얼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근수 대표는 헤라몬드 주얼리 그룹이 운영하는 4개 브랜드의 우수성과 가치를 대중에 알리기 위하여 지난 1월 11일부터 23일까지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브랜드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는 “아디에스, 아크레도, 르베베를 포함한 4개 주얼리 브랜드를 대중에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침체된 국내 주얼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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