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두한 신동빈 회장

논설 위원I 2016.09.21 06:00:00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어제 검찰에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2000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다. 롯데그룹으로서는 그룹 총수가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됐다는 자체로 참담한 분위기일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사도 처연하기만 하다. 롯데그룹이 국내 재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경제적 충격이 작지 않다.

검찰이 재벌 총수를 불러들인 만큼 이미 관련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회장은 그룹의 해외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거나 특정 계열사의 알짜배기 자산을 다른 계열사에 헐값으로 이전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 조성에도 눈길이 쏠린다. 수사팀 주변에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아니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할 것인지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사진=연합뉴스)
안타까운 것은 왜 대기업 비리가 끊이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잊혀질 만하면 또다시 불거지곤 한다. 이제 재벌 총수들이 검찰에 소환되거나 재판정에 서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게 된 마당이다. 경축일 사면·복권이 이뤄질 때마다 경제인 가운데 누가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관심을 끌게 된 지도 짧지는 않다. 더구나 롯데그룹은 1967년 창립 이래 비교적 바람을 타지 않고 지내오다가 이번에 진통을 겪게 됐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기업 윤리에 대한 인식이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탓이다.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기업이 귀퉁이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도 자신의 지분에만 집착한 기업주가 대표적인 경우다. 대규모 적자를 은폐하면서 자신의 연임을 위해 여기저기 들쑤신 전문경영인도 없지 않다. 그 폐해가 전체 국민들에게 파급되고 있다는 게 심각하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윤리적인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다. 이런저런 편법을 동원할 경우 당장은 위기를 넘길 수 있겠지만 그것이 불법으로 이어진다면 기업 존립의 근거마저 상실하게 된다. 사회적 신뢰를 잃어서는 기업 활동도 벽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이번 신 회장의 경우를 마지막으로 기업인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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