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니 애물단지 된 `보금자리주택`

이승현 기자I 2016.07.14 05:04:00

LH사전예약 당첨자 3000명
무주택 맞추려 6년째 셋방살이
분양가 인상 움직임에 분통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경기도 광주에 살고 있는 이모(43)씨는 보금자리주택 얘기만 나오면 분통이 터진다. 주변에선 ‘로또’으로 통하는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할 사람이라며 부러워하지만, 이씨는 2010년 4월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 당첨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입주는커녕 아직 본청약도 못하고 전월세집을 떠돌고 있다. 게다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당초 약속을 깨고 사전예약 물량의 분양가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2010년 실시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당첨자 3000여명이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셋방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전예약 당시 약속했던 입주 예정일이 훌쩍 지났지만 본청약(분양계획)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선 분양가 인상 얘기까지 나오면서 사전예약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업계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2010년 정부가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사업지 중 2차 지구인 경기도 시흥은계와 3차 지구인 서울 항동·하남 감일 등 3개 지구가 사업 지연 탓에 아직 본청약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사전예약 신청을 받아 3개 지구 합산 4700여명이 당첨됐다. 각 지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본청약 예정 시기는 2012~2014년이었고, 입주는 2014~2015년으로 잡혔다. 하지만 일부 블록을 제외하곤 대부분 본청약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토지 보상 등 사전 절차가 예상보다 오래 걸리면서 택지 조성 공사 일정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책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사전예약자들이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기 위해선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전예약자들은 보금자리주택 입주만을 기다리며 전월셋집을 전전하고 있다. 이를 기다리지 못해 입주를 아예 포기한 예약자도 적지 않다. 사전예약자 김모씨는 “벌써 전셋집만 세번째 이사했다”며 “처음부터 이렇게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줄 알았더라면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LH 측이 지난 4월 하남 감일지구 사전예약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분양가를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악화됐다. LH는 애초 사전예약 때 당첨자들에게 사전예약가를 고지했고, 이 가격대로 분양하겠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이를 번복할 수 있는 듯한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하남 감일지구 사전예약자 피해대책위원회 김동명 공동대표는 “사업 지연에 따른 보상은 커녕 분양가 인상을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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