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본인확인 절차를 악용, 타인 명의로 진료를 받는 불법진료 행위 적발건수가 지난해만 50만건이 넘었다. 이같은 불법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병·의원, 약국이 환자의 본인확인을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처벌 조항을 담고 있어 의·약사의 반발이 거세다.
◇병·의원, 본인확인 안하면 과태료 100만원
최근 최동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요양기관의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내놨다. 위반한 기관에는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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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은 “건강보험 도용은 환자의 병력이 명의 도용자의 기록과 혼재돼 심각한 의료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데다 적발 시 민간보험 가입 거부, 취업 거절 등의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며 “환자를 첫 대면하는 병·의원, 약국 등에서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면 건강보험증 불법 도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병·의원의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회보험개혁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의료 종사자의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진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본인 확인은 당연한 윤리 수칙”이라고 강조했다.
◇불법행위는 환자책임..의·약사 반발
법안이 발의되자 의사협회·병원협회·약사회 등 의료단체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건강보험 부정 수급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병·의원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자격자의 진료는 환자의 책임이며, 이를 관리하는 것도 건강보험공단의 고유 업무라고 주장한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전국민 건강보험시대에 의료기관에게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며 “불법 수급의 원인은 환자에게 있는 것인데, 의료기관에 책임과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만·독일·프랑스·벨기에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병·의원의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을 확인토록 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무자격자 부당진료는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