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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공항경찰대 A간부는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아달라는 민원부터 해외로 도망간 부인을 찾아달라는 요구까지 들어온다”면서 “본연의 임무보다 쓸데없는 민원 처리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 공항경찰대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핸드폰 같은 것을 찾으러 다닐 때면 내가 공항경찰대인지 민원처리반인지 분간이 안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공항경찰대의 또 다른 간부 역시 “이 일을 하면서 요즘처럼 회의감이 든 적이 없었다”며 “대테러 작전을 수행한다는 자부심으로 입사한 대원들의 사기가 쓸데없는 민원처리들로 인해 떨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공항경찰대에 따르면 경찰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일이 하루에도 10건 가까이 이들에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 공항의 안내직원들이 민원을 접수하면 별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공항경찰대로 돌려버리는 게 제일 큰 이유다. 한 대원은 “얼마전에 공항경찰대에 아기를 맡기고 간 부모도 있었다”며 “이와 관련해 민원 담당팀에 연락을 했는데 ‘부모가 올 때까지 아기를 데리고 있으라’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항경찰대 관계자는 “공항 당국이 업무 분담을 확실하게 해 대원들이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제복을 입은 공항경찰대 대원들에게 무분별한 요구를 하는 것도 원인이다. 한 대원은 “일부 외국인들이 공항경찰대에 찾아와 왜 택시를 안 잡아주냐고 행패를 부려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원은 “공항경찰대 인원이 120명이나 된다는 이유로 해당 당국이 잡다한 일도 시키는 것 같다. 120명이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데 있어 결코 많은 인원이 아니다”며 “최근에 일어난 보스턴 마라톤 테러와 같은 사건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터지면 해당 당국이 책임질 거냐”고 되물었다.
최근에는 공항경찰대에 방문한 한 시민도 트위터를 통해 “공항경찰대의 임무는 대테러 안전 확보인데 관련 일을 하지 않고 핸드폰을 찾아주는 등 시비 가리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의 고위 관계자는 “민원 관련 업무는 민원 담당팀이 따로 있다”면서 “안내데스크 등에서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대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