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의 눈' 헤드램프의 진화.. 빛 과학의 결정체

김형욱 기자I 2012.09.28 07:44:57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헤드램프는 자동차의 ‘눈’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헤드램프의 디자인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 자동차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램프는 단순히 디자인만 결정하는 게 아니다. 렌즈와 벌브(bulb; 전구), 이를 감싸 디자인을 결정하는 베젤(bezel), 빛의 방향을 결정하는 모터, 램프의 모든 작동에 관여하는 전자제어장치(ECU) 등 10여가지 세부 부품으로 구성된 빛과 관련한 현대 과학의 결정체다. 또 야간은 물론 주간의 주행 안전성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풀 AFLS LED 헤드램프. 에쿠스·K9 등 최고급 차량에 탑재돼 있다.
◇ 램프, 어떻게 만들어지나= 램프의 기본 구성 요소는 벌브와 이를 둘러싼 각종 플라스틱 및 전자제어 부품이다. 기본적으론 총 12개로 이뤄진다. 필립스, 오스람 등 광원업체가 만든 벌브는 램프를 생산하는 에스엘, 현대모비스 등의 공장에서 다른 구성품과 합쳐진다. 각종 램프와 베젤 등을 만들기 위한 각종 사출작업과 코팅·도색이 이뤄진 후 이를 조립하는 게 기본공정이다. 그러나 조도는 물론 온도와 습도 등을 달리한 내구성 테스트를 거쳐야만 실제 차량에 부착된다.

이 과정에서 집중호우 이상의 물을 퍼붓거나 80도 이상의 습도에서 수일간 놓아두는 검사과정을 거친다. 섭씨 100도 전후에서의 온도에서도 견뎌야 한다.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램프는 1907년에 처음 등장했다. 최초의 국산차 현대차(005380) ‘포니’에 적용된 램프는 이때 개발됐다. 이후 60~70년대를 기점으로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90년대엔 할로겐 램프를 벗어나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전력 소모량이 적고, 수명이 긴 HID나 LED 램프가 도입됐다.

최근 들어 상·하향등과 안개등은 물론 차량의 진행 방향 및 속도에 따라 빛의 방향과 거리를 달리하는 스마트 헤드램프(AFLS)도 속속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2009년 현대차 에쿠스가 첫 장착했고, 올 5월 출시한 기아차(000270)의 플래그십 세단 K9은 5가지 모드를 제공하는 최신 풀 AFLS를 탑재됐다.

국내의 경우 자동차용 램프는 에스엘(005850)라이팅의 대구, 경북 경산시 진량 공장과 현대모비스(012330)는 경북 김천 공장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이 곳에선 국내 완성차업체는 물론 독일 BMW, 미국 캐딜락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도 램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에 탑재된 LED 포지셔닝 램프.
◇ “습기 차면 불량? 피할 수 없다”= 램프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고객 관심도 늘었다. 최근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램프내 습기 문제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렌즈 안에 단순히 습기가 찼다 빠지는 것은 제품 성능과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제로 램프에 물이 고이거나 렌즈에 이슬이 맺혀 난반사를 일으키는 것은 불량이다”면서 “하지만 주변 환경이나 온도, 차량 설계에 따라 습기가 찰 수는 있으나 습기 자체만으로는 제품 성능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슬이 맺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렌즈에 특수 코팅을 하고 흡습제를 사용하지만, 이를 100%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램프내 습기가 차는 것은 정도의 차이일 뿐 전세계 모든 브랜드, 모든 차종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중요해 지면서 크기가 커졌고, 할로겐 대신 HID 램프를 사용하면서 전력량이 낮아져 습기가 차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이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자연과의 싸움’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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