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악재가 넘쳐난 하루였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미국 미네소타 정유 터미널의 폭발 사고로 진정됐던 유가가 4달러 이상 급등세를 탔고, 유통업체인 시어즈 홀딩스는 순이익이 99%나 급감했다고 밝혀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를 상기시켰다.
개장 전후로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10월 신규주택판매 실적은 건설업체들이 가격을 후려친 덕분에 소폭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다. 9월 판매 실적은 대폭 하향 수정됐다. 특히 신규주택 판매가격은 전년동기비 13% 급락해 37년래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도 예상보다 크게 늘어 고용시장에 암운을 드리웠다. 1주 이상 실업수당청구건수는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장 초반 하락했던 지수는 낙폭을 줄이는 듯 싶더니 반등에 성공했다. 오후 들어서는 보합권에서 고군 분투하기도 했지만 결국 사흘째 상승세를 지켜냈다.
`Bad news is good news`. 지수를 떠받친 배경은 바로 부진한 지표였다. 부진한 경제지표가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면서 전날 금리 인하 기대감에 늘렸던 상승폭을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전날 도날드 콘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기에 이날 저녁 대중 앞에 나설 예정인 벤 버냉키 연준(FRB) 의장의 발언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과 달리 시장과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버냉키 의장이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2주 남짓 남겨둔 현 시점에서 금리 정책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줄지 관심이다.
지수는 금리 인하에 기대 이틀간 확보한 영토를 지켰지만 투자 심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flight-to-quality)이 되살아난 것은 불안한 투자 심리의 반증이다.
무엇보다 곧 시작될 금융권의 4분기 어닝 시즌은 또 다른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RBC 데인 로셔의 필 다우 이사는 "금융권의 실적은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분기 금융권의 실적이 발표된 후에는 서브프라임 손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시장이 보다 견고한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