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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의 삶이 이런거였다니"…마냥 행복하진 않았던 '극한견주'[툰터뷰]

김혜미 기자I 2024.11.17 09:00:00

마일로 작가의 ''극한견주2'', 9월부터 주2회 연재
"사모예드종 솜이, 첫 연재 당시가 제일 힘들었어요"
"9살 솜이, 이젠 거실 액자나 식물도 전혀 안건드려"
작가는 BL덕후…도전작 ''눈치없는 돌쇠'' 2만부 팔려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강아지를 키우면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다. 쓸쓸했던 집에 들어오면 누군가 반겨주고, 함께 산책할 때면 기분 좋은 바람을 느끼면서 복잡한 마음을 위로받고, 잠잘 때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강아지를 꼭 껴안으면 하루의 피곤이 날아갈 거라고. 강아지는 그런 존재일 것만 같았다.

그런데 첫 강아지가 대형견인 사모예드였기 때문일까. 보자마자 너무 예뻐서 데려왔는데, 집안 물건들은 물론 구두를 물어뜯거나 망가뜨리기 일쑤였고 산책할 때면 이곳저곳 끌려다니느라 맘고생은 물론 체력도 고갈됐다. 그리고 엄청난 힘과 반대로 겁이 많아 그야말로 ‘손이 많이 가는’ 강아지였다. ‘내가 이러려고 강아지를 입양했나’ 싶지만, 그게 또 강아지를 기르는 매력이기도 하다.

극한견주 표지(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 웹툰에서 지난 9월부터 ‘극한견주2’ 연재를 재개한 마일로 작가를 지난 11일 경기도 김포 자택에서 만났다. 어느새 9살이 된 사모예드종 솜이는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었다. 병원에서도 아직솜이가 노견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마일로 작가는 솜이에게 “그만 짖고, 그만 훔치고, 건강해라”라는 바람을 밝혔다.

△오랜만에 극한견주 연재를 재개하셨는데요.

다른 작품을 하고 있었는데 솜이가 이제 10살이 다 되어서 더이상 미루면 안될 것 같아 재개했습니다. 출판사 요청도 있었고요.

△처음 솜이를 입양하셨을 때는 전원주택에 살 때였는데요.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계신데 대형견인 사모예드종을 키우는게 어렵진 않으신가요.

이웃들이 싫어할까봐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그런 일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대형견 키우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마당있는 집에 사는 게 편하긴 해요. 솜이가 실외 배변을 하는데 전에는 그냥 창문열고 바로 나가면 됐었거든요. 그런데 아파트로 온 뒤 집에서 해보려고 시도하다가 너무 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서 목줄을 채워 하루 네 번 밖으로 나갑니다.

△솜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일은 뭐였나요.

사실 한두살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모든게 너무나 힘들었죠. 털 빠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집을 부순다든가 산책을 너무 많이 한다든가……. 천연가죽을 좋아해서 좋은 가죽구두를 물어뜯곤 했죠. 지금은 모든 게 너무 옛날 이야기 같네요. 힘들게 했던 시기는 솜이의 성장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거실의 액자를 솜이가 건드릴 수 있는 위치에 두어도 건드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솜이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북극솜’은 팔로어가 31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요. 2016년에는 솜이가 인터뷰를 한 적도 있고, 솜이 에세이집도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인기를 예상하셨었나요. 인기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예상하진 못했어요. 첫 애완견이 솜이인데, 두살 쯤 됐을 때 그냥 만화로 그리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죠. 솜이가 다른 개들보다 캐릭터성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요.

처음 극한견주를 그렸을 당시에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게 너무 순하고 천사같고, 일상이 천국인 것처럼 묘사된 콘텐츠가 많았습니다. 저도 그런 삶을 상상하면서 데려왔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대형견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서 상담도 받고 이리저리 알아봤더니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개를 안키워본 사람들은 모르는 게 있구나, 그걸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마일로 작가가 경기도 김포 자택에서 솜이를 안고 있는 모습.(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애완동물을 기르는 동물툰은 극한견주 외에도 많이 있잖아요. 솔직하게 힘든 점, 엽기적인 점들을 모두 그려낸다는 점이 다른 웹툰과 차별화된 부분이겠네요.

네. 처음 그릴 때는 대부분 동물툰이 힐링툰이었는데 극한견주가 좀 파괴적이었던 것 같아요. 고충에 대해 토로했다는 게 그때는 차별화된 것 같습니다. 내용을 과장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너무 실사처럼 그리면 정떨어질 것 같아서 단순화해서 그렸죠. 내용적으로도 과장한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극한견주는 일종의 생활툰이기도 한데, 다른 작품에 비해 작업시간이 덜 든다는 세간의 오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주일에 1회에서 2회로 연재횟수를 늘렸는데 힘들진 않으신가요. 확실히 그림 품이 덜 들긴 해요. 다만 스토리를 짜내는 게 힘듭니다. 컷 수가 다른 작품에 비해 더 적진 않지만, 요즘에는 워낙 고강도 품질의 웹툰이 많다보니 그에 비해서는 품이 덜 드는 것 같습니다.

연재를 주 2회 하니까 1편 그리는 데 3일로 목표를 잡아놨는데, 실제로는 일주일에 1편씩 그리고 있습니다. 막상 2회 연재를 시작해보니 힘들긴 하더라고요. 연재 시작 전에 세이브 원고(미리 비축해두는 원고)를 정말 많이 쌓아둬서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앞으로는 3일에 1편을 그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연재하셨던 여탕보고서 아이템도 찾아보기 힘든 아이템이었잖아요. 여탕을 그리는데도 전혀 야하지 않고 독특한 표정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탕보고서 2탄은 없나요.

여탕보고서는 웹툰 작가 데뷔를 결심하고 아이템을 찾던 중에 불현듯 떠올랐던 아이템입니다. 아무래도 소재 자체가 독특하다보니 도전만화를 시작하고 얼마 안돼 초고속으로 데뷔할 수 있었는데요, 그 때는 목욕탕이 있는 동네에 살았지만 이제는 사실 목욕탕을 거의 안가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만큼 다 그려낸 것 같아서 2탄은 없습니다. 요즘엔 목욕탕이 별로 없기도 하고, 가격도 너무 비싸더라고요.ㅎㅎ

여탕보고서 연재 당시에는 언니에게 좀 미안하긴 했는데요, 웹툰작가인 언니(웹툰 울프 인 더 하우스, 모멘텀의 박지연 작가다)가 때로 국수를 만드는 장면 등을 보고 팬들이 충격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언니 작품은 굉장히 우아한 편이거든요.

△작가님만의 개그코드가 있는것 같은데, 평소 유머러스하다는 평을 주변에서 들으시나요. 본인의 MBTI는요.

음…… 저는 평소 시끄럽지 않은 편이고요. 쾌활하고 밝은 웃김이 아니고 시니컬하면서 조소에 가까운 그런 유머 코드가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주변에서 좀 시니컬한 편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나이들고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저의 MBTI는 ENTP 아니면 INTP의 중간 쯤인 것 같습니다.

△웹툰 끝부분에 종종 솜이 실제 사진을 올려서 독자들이 정말 좋아했었는데 요새는 좀 뜸해진 것 같아요. 북극솜 계정에 솜이 사진을 더 많이 올려주실 순 없나요.

자주 달리는 댓글 내용 중 하나가 ‘왜 사진이 없나요’인데 자꾸 잊어버리게 되네요. 주 2회이다보니 사진 고르는 것도 일이어서요. 하지만 생각나면 열심히 사진을 붙입니다.

북극솜 계정은 이전에는 1~2일에 한 번 꼴로 정말 많이 올렸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잘 안올리는 편이에요. 일상이 너무 똑같기도 하고요.

웹툰 ‘극한견주’의 주인공 솜이.(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예전부터 보이즈 러브(BL) 장르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실은 이미 ‘눈치없는 돌쇠’로 갈망을 풀었습니다.

(왜 BL장르인가요?) 그냥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이걸 그리면 재밌겠다 싶은 마음이에요. 저는 코믹한 게 제일 좋은데요, 사실 좀 맥락없고 어이없는 ‘병맛(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 없을 때 쓰는 말)’ 만화를 그리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눈치없는 돌쇠 같은 경우 유행처럼 병맛으로 지인을 열받게 하려는 분들이 서로 선물했다더라고요. 저는 진심으로 그린건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화가 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책이 2만부나 팔렸어요.

그런데 또 하고 싶은 작품들이 있기는 해서, 극한견주 끝나고 BL 장르 만화를 또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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