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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군의관 부족, 의무사관학교 설립이 답이다

논설 위원I 2024.09.26 05:00:00
전국 15개 군 병원이 만성적인 군의관 부족 상태에 빠져 있다. 현재 복무 중인 군의관은 2000여 명인데 그중 90% 이상은 36개월 의무복무를 하는 단기 복무 군의관이고 장기 복무 군의관은 10%에 못 미친다. 임상 경험이 적은 단기 복무 군의관이 대부분이어서 오진 등 의료 사고가 자주 일어나 군 병원에 대한 장병들의 불신이 높다. 게다가 입대 연령층의 젊은 의사나 의대생의 단기 복무 군의관 지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10년 장기 복무 지원자도 몇 년째 없거나 한 명뿐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군 의료 차질은 장병들의 생명과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군 전력을 훼손하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군 내에서 발생한 지뢰 등 폭발물이나 총기류 오발 사고에 대한 의료 대응마저 군 병원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민간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군 내 의료 서비스를 신뢰하지 못해 불안해한다. 의무복무제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군 의료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은 국가의 의무 해태로 봐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됐고 장기 복무 군의관의 안정적 양성 방안을 중심으로 대책이 논의돼 왔다. 2008년 여야 의원 100여 명이 발의한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법안, 2009년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의학원’ 설립 방안,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 법안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모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반대에 부닥쳐 표류하다 흐지부지됐다. 지난 5월 말 임기가 시작된 22대 국회에서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 법안이 다시 발의됐지만 이번에도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의사들은 이것을 의대 정원 증원의 또 다른 형태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군의관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별도의 군의관 양성 기관을 설립하는 것밖에 없다. 군 의료의 특성에 맞춘 교육을 받아 전문성을 갖추고 장기 근속할 군의관을 길러내야 한다. 이는 유사시에 대비한 군 전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생에게는 졸업 후 10~15년간 군의관 의무복무를 조건으로 파격적인 교육·생활비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이미 군의관 양성 전담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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