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가 2007년 말 설립한 국내 1호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포스코휴먼스 주주(포스코 계열사)들은 그간 보유해온 24.51% 지분을 지난 2월 말 대주주인 포스코에 모두 넘겼다. 2년 전 포스코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포스코를 제외한 자회사들이 손자회사(포스코휴먼스)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법적 규제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18조는 지주회사 내 자회사 간 공동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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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계열사들이 빠져나가면서 자본금 여력이 떨어져 장애인 고용 확대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9년 포스코이앤씨 등 5개 계열사가 주주로 들어온 이후 포스코휴먼스 장애인근로자 수는 그해 256명에서 1년 뒤인 2020년 321명으로 25% 늘었으나, 올해 4월 기준 321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지분을 뺀 계열사들도 장애인 고용 문제에 봉착했다. 기존엔 포스코휴먼스에 출자해 간접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신사업을 하기 어려운 데다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경우 표준사업장을 세워도 경영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포스코휴먼스에서 지분을 뺀 계열사들은 매년 13억원 정도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내야 할 처지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휴먼스에 지분을 출자한 계열사들은 모두 장애인 의무 고용률(3.1%)을 충족했지만, 지분을 정리한 이후인 2월 말엔 포스코이앤씨(2.34%), 포스코DX(2.02%), 포스코인터내셔널(2.16%)이 의무 고용률 이하로 떨어졌다. 이 수준이 올해 말까지 이어지면 이들 회사엔 장애인 고용 부담금 12억9469만원이 부과될 전망이다. 포스코휴먼스의 장애인 사원(1~4년차) 직원 평균연봉이 약 39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장애인 33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휴먼스는 최근 2년간(2022~2023년) 평균 65.5명을 고용했다.
포스코 외에도 SK, 한국타이어, 아모레퍼시픽 등 장애인 고용에 힘써온 대기업들도 포스코와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주회사 관계자는 “자회사들이 공동출자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운영하면 사업 확장이 수월하고 장애인 고용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ESG 경영 차원에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지금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대기업 623곳에 부과된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1772억원이었다. 이들 대기업 중 상당수가 지주회사에 소속된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하지 못해 매년 내는 고용 부담금은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휴먼스 사원 평균연봉 기준으로 250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지주회사(금융지주사 제외) 수는 2013년 114곳에서 지난해 말 164곳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지주회사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할 땐 계열사의 공동출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두달 뒤 공정거래법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도 발의됐으나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임이자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해엔 쟁점법안이 많아 이 법안이 후순위로 밀렸다”며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만큼 이번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