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최근 우리의 전통한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어요. 문화재청은 지난달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을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했습니다. 유네스코 사무국의 검토와 평가기구의 심사를 거쳐, 2026년 12월 경 개최되는 제2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에요.
한지는 닥나무 껍질의 섬유를 재료로 해서 장인의 정교한 손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전통 종이에요.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삶 속에서 세대를 거쳐 전해져 왔죠. 닥나무 채취에서 제조 과정에 이르기까지 장인의 기술과 지식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품앗이가 더해져 우리나라의 공동체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기록을 위해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건축부재, 각종 생활용품, 예술 활동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무형유산의 전승을 보여주고 있죠.
전통한지는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해요. 우수한 보존성 덕분에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로 한지를 사용했죠. 로마가톨릭 수도사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 6세기 비잔틴 시대 복음서 등도 모두 한지로 복원하는 등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한지로 만든 우리의 문화유산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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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보물로 지정된 고려 경전 ‘백지은니 수능엄경’도 한지를 사용했어요. 1356년 이방한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위해 은니로 필사한 경전이에요. 능엄경 10권 중 마지막 권만 첩의 형태로 전해집니다. 경전의 뒷부분에 간행 경위가 적혀 있고 필자와 연대가 명확해 보물로 지정됐어요. 보물 지정 당시에는 삼베로 만든 한지를 의미하는 ‘마지은니수능엄경’이었지만,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의 분석 결과 ‘백지’ 중에서도 특히 닥나무로 제작한 한지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도 한지를 활용했어요. 조선시대 제1대 왕 태조부터 제25대 왕 철종까지 472년간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록한 역사서예요. 모두 2124책으로 1413년(태종 13)에 ‘태조실록’이 처음 편찬되고, 25대 ‘철종실록’은 1865년(고종 2)에 완성됐죠. ‘실록’ 편찬은 대개 전왕이 죽은 후 다음 왕의 즉위 초기에 이루어지는데, 춘추관 내에 임시로 설치된 실록청에서 담당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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