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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도체, 10년 새 30배 인력가뭄 경고...강 건너 불 아니다

논설 위원I 2024.01.31 05:00:00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주요국 간의 국가 대항전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 규모가 2031년이면 5만 6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84명이었던 2022년의 거의 30배에 달하는 것으로 특단의 대책이 따르지 않는 한 극심한 인력가뭄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인력가뭄을 예고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업계에서는 “회사 존속을 고민해야 할 단계”라며 “10년 후 미래가 안 보인다”는 비명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은 특정 업종에 한정된 고민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10~2022년 중 국내 경제성장률(평균 3.0%)가운데 반도체 수출의 기여도는 0.6%포인트였다.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실적에 따라 우리 경제가 냉·온탕을 얼마든지 오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다. 따라서 한국 산업의 심장과도 같은 반도체의 연구·개발 및 운영 인력 부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성장 동력 붕괴는 물론 경제 전반에도 큰 시련이 닥칠 게 분명하다.

인력 부족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공계 두뇌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급인력 해외 유출까지 겹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원인에 맞는 처방을 손쓸 수 있는 것부터 신속하고 과감하게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대만·일본 등 경쟁국들이 인재 유치를 위해 앞다퉈 도입한 법과 제도 개선을 면밀히 검토해 더 알차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과 대만이 고급 두뇌에게 구직 비자를 속히 내주는 데 반해 우리는 한국어시험 점수와 국내 대학 유학 경력을 따져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인력난은 우리만의 진통이 아니다. 선진국 대부분이 겪고 있으며 국가 대항전이 격화될수록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각축전을 벌이는 대만 TSMC는 석사가 절반인데도 대만 정부가 더 많은 인재 흡수를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대전은 민관 합동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인력가뭄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업계가 똘똘 뭉쳐 하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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