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낙연 전 대표가 그제 “민주당 국회의원의 44%가 전과자”라고 말했다. 이어 “(전과자 비율이)다른 당보다 훨씬 높다”며 “이랬던 적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전 대표의 말은 이재명 대표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탈당을 결심한 상태에서 꺼낸 발언이라는 점에서 불편한 감정에 치우친 제살 깎기식 비판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전과자라는 사실은 민주당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작년 7월 공개한 자료에서도 이미 21대 국회의원 94명이 범죄 전력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전체 의원 300명 중 의원직을 상실했거나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의원 17명을 제외한 283명이 조사 대상이었으니 여기에서도 전과자 비율은 33.2%에 이른다. 6월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전과 4범의 이 대표와 현재 2·3심이 진행 중인 복수의 의원들을 포함하면 전과자 비율은 더 올라간다. 의원들이 여러 이유를 구차하게 들겠지만 이들에게 표와 세비 등을 따박따박 대준 국민 입장에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 22대 국회에서도 전과자 의원들이 득실대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법 위반, 부정부패, 직권 남용 등의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재선 도전을 준비 중이며 각 당 주변은 공천을 노린 범죄 연루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세대 교체를 통한 혁신은 물 건너가고 특권 정치, 운동권 정치의 청산도 헛구호에 그칠 수 있음을 알리는 걱정스러운 증거들이다.
특혜·특권에 안주하며 민생을 발목 잡고 혈세를 축내는 저질 정치인과 전과자 의원들이 정치 선진화를 가로막는 일이 더 벌어져서는 안 된다. 여야는 공천 기준을 대폭 강화해 전과자, 사회적 물의를 빚은 비리 혐의자들을 단호히 뿌리쳐야 한다. 편법과 꼼수가 판치고 갑질과 범죄가 당연시되는 정치권에 메스를 가하지 않는 한 한국은 정치 후진국을 벗어날 수 없다. 경제·문화·예술이 선진국 대열에 오른다 해도 삼류 정치는 모든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유권자들도 눈을 부릅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