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폭증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 지방정부와 비금융 공기업을 포괄하는 공공부문 부채(D3)가 1588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비율이 73.5%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부채가 11.3%(161조 4000억원)나 늘었고 부채비율은 4.9%포인트나 높아졌다.
한국은 이미 재정건전성이 좋은 나라라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국가간 비교가 가능한 일반정부(D2) 부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같은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53.5%를 기록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11개 비기축통화국의 부채비율 평균치(53.1%)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비기축통화국은 미국 등 기축통화국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부채비율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대다수 선진국들이 코로나19 이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성공하고 있지만 약소통화국인 한국은 부채비율이 계속 올라가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확장재정을 편 것이 화근이 됐다.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문 정부 초기인 2018년만 해도 40%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51.3%로 불과 3년 만에 11.3%포인트나 높아졌다. 부채비율 증가 속도의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재정건전성을 과신해서 빚어진 일이다.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어렵고 고통이 따르지만 늘리는 것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이 낮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정치인과 학자들이 적지 않다.그러나 이는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다. 지금부터 재정력을 확충하지 않으면 고령화로 재정파탄을 면하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에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6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몇 년 후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하는 수준(60%)를 넘게 된다는 얘기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9년에 가면 국가채무가 2000조원으로 지금의 두 배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랏빚 폭증과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가 있어야 한다. 국회는 1년 이상 묶여있는 재정준칙 입법안(국가재정법 개정안) 심의를 서둘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