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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산업스파이 6개월 이상 징역 '0명'...이래선 못 막는다

논설 위원I 2023.11.16 05:00:00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산업 스파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글로벌 기술첩보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적발돼도 처벌이 가벼워 기술유출 범죄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 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은 기업에 크나큰 타격을 입힐 뿐 아니라 국내 산업에 끼치는 피해가 거의 복구되지 않고 영속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국부 손실로 이어진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 2~10월 실시한 경제안보 위해 범죄 특별단속에서 146건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는데 그중 21건이 국내 산업기술 해외 유출이었다. 연간으로 보면 몇 년 새 10여건에서 20여건으로 적발 건수가 늘어났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적발된 국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모두 93건으로 연평균 18.6건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24건, 디스플레이 20건, 2차전지 7건, 자동차 7건, 정보통신 7건 등으로 첨단·주력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한 직간접 피해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른다.

산업 스파이로 인한 피해가 이처럼 큰 데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특허청이 기술경찰을 통한 수사를 개시한 2019년 3월부터 올해 10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검찰에 송치한 산업재산권(특허·영업비밀·디자인·기타)침해 사범 1310명(기술 해외유출 100여건 포함)중 6개월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6개월 미만의 징역형도 4명에 불과했고, 벌금형도 1000만원 미만으로 27명에게만 내려졌다. 올해 초 검찰이 기소한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의 기술유출 사건 피고인들에게는 지난 7월 법원이 1심 판결에서 이례적으로 5년 징역형 등 무거운 형량을 적용했지만 이 역시 검찰 구형량에 비하면 절반에 그쳤을 뿐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산업 스파이를 엄벌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스파이법’을 통해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범죄를 징역 15년 이하의 간첩죄 수준으로 처벌하며, 대만도 산업기술 유출에 ‘경제간첩죄’를 적용한다. 국내에서도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을 간첩죄로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돼 국회 계류 중이지만 정부 역시 단속을 위한 부처간 협업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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