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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박사의 마음 쉼터] 분리 개별화의 아기의 발달

이순용 기자I 2023.08.13 09:13:32
[김미선 상담학 박사] 의사이자 심리분석가로 아동을 관찰하며 연구했던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는 정상적인 아이는 ‘자폐, 공생, 분리-개별화’의 3가지 발달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자폐, 공생단계에 이어 세 번째 단계인 ‘분리-개별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분리-개별화(separation-individuation)’ 단계는 6개월에서 24개월까지 진행되는 발달단계로, 그동안 자신에게만 몰두했던 아기는 서서히 외부에 관심을 보이기
김미선 상담학 박사
시작하면서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게 된다. 엄마와 자신이 하나라고 여기며 엄마가 웃으면 자신도 웃었던 공생단계와는 달리, 이 시기의 아기는 엄마가 찡그려도 자신이 기분 좋으면 웃는다. 이러한 행동의 변화는 아기 자신의 신체 경험과 그가 경험하는 세상의 주된 표상인, 양육자(엄마)에 대한 느낌이 분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분리(separation)’는 아기가 엄마와의 공생적 융합에서 벗어나 엄마와 자신을 구분하여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기부터 아기는 “나는 나다. It’s me.”이라는 자아의 경계(ego boundary)를 형성하게 된다. 아기 자신이 현실 세계와 관계하면서도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화(differentiation)’의 과정을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비유해 ‘부화(hatching)’라고도 부른다.

아기는 심리 정서적으로 발달해가며 ‘쾌(good)’와 ‘불쾌(bad)’의 차이를 느끼고, 그 근원이 자신으로부터인지 아니면 타인으로부터인지를 알게 된다. 즉 좋음, 또는 나쁨의 느낌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인지, 엄마로부터의 자극인지를 구별하게 된다. 나아가 사랑해주는 좋은 엄마와 화를 내는 나쁜 엄마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자신 안에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음을 알아차리면서 좋음과 나쁨을 적절히 통합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레 좋은 엄마도 때로는 화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분리 과정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개별화(individuation)’는 아기가 자신의 개인적 특성을 형성하는 과정적 성취물로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는 자신을 타인과 분리된 존재로 인식할 뿐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아 정체성의 기초를 확립하게 된다. 엄마를 안전기지(secure base) 삼아 세상을 탐험하는 자율적 기능에 몰입하는 ‘연습기’와, 엄마와의 분리로 인한 불안감에 다시 엄마에게로 돌아가려는 ‘재접근기’를 거쳐, 아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세워가고 ‘정서적 대상 항상성(emotional object constancy)’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분리-개별화 과정을 말러는 ‘심리적 탄생’이라고 명명했다. 유아의 생물학적 탄생은 ‘응애’ 하며 엄마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물리적인 탄생으로 눈으로 관찰 가능한 사건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탄생 후, 정상적으로 자폐, 공생, 분리-개별화 과정을 거쳐 심리 내적으로 독립된 한 개인이 되어야 비로소 ‘심리적 탄생’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엄마가 아기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선천적으로 프로그램화된 유아의 ‘자아 기능’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아기가 세상을 탐색하고자 할 때 적절한 ‘놓아주기’와 지치고 두려워서 엄마 품에 다시 안길 때 충분히 ‘안아주는’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 엄마의 반응을 통해 아기는 세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실패 시 자신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위로하는 방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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