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이 긴급 대피했고 인근 14개 거주 지역이 침수돼 1만 6000여명이 순식간에 보금자리를 잃었다. 비극은 이들뿐이 아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카호우카 댐 붕괴가 전 세계 기근 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우크라이나 곡물에 의존하는 전 세계 3억 4500만 명의 굶주린 사람들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대형 댐 붕괴는 이렇듯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은 재앙을 인간에게 되돌려 준다. 전쟁 중의 행위라고 넘기기엔 그 상처가 너무 깊고 크다.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우리나라도 수계별로 많은 댐들이 건설돼 있다. 한강수계의 소양강댐, 충주댐, 낙동강수계의 안동댐, 합천댐, 금강수계의 대청댐, 용담댐, 영산강수계의 주압댐 등이다. 자칫 잘못되면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오는 댐 사고로부터 우리 한국은 안전할까? 유감스럽지만 그 대답은 “No”다. 기상이변과 빈번한 지진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돼 있다. 지난 5월 강원도 동해시 해역에서 강도 4.5 지진이 발생했다. 강화도에서는 강도 3.7 지진이 있었다.
물론 주먹구구식으로 댐을 건설하고 관리하진 않는다. 지진이나 강우량에 대한 설계 기준과 정기적인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자연현상이 당장 오늘 밤 우리를 덮쳐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상기후’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강화한 2중, 3중의 점검과 안전장치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와 시설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 한강수계의 팔당댐은 2600만명의 먹는 물과 공업용수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가 집중된 댐이다. 그 어깨에 놓인 짐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무겁다. 저수량은 우크라이나의 카호우카 댐 182억t 의 75분의1에 불과한 2.4억t에 그친다. 하지만 팔당댐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카호우카 댐보다 수백 배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을 피하기위해 선진국은 분산형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계해 통합물관리를 한다. 하지만 한강수계에는 대용량의 물을 확보할 수자원이 한강 외에는 없어 분산형 시스템 도입에 제한적이다. 팔당댐은 그래서 구조적으로 취약한 한편 국가적으로는 절대적인 안보자산이고 생명줄이다.
팔당댐은 대홍수로 인한 수문의 전도 위험성 상존과 건설 이후 계획홍수위(EL.27m)를 2회나 월류했다. 실제로 건설된 계획홍수량(2만 8500㎥/sec)에서 두 번이나 많은 양을 방류했다. 댐 시설물로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그래서 수도권 2,600만 명이 사용하는 취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안보용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 것이다.
국내 수량, 수질, 하천관리 등 물관리 업무는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그러나 한강수계에는 모두 10개의 댐이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가 다목적댐으로 운영하는 곳은 소양강댐, 충주댐, 횡성댐과, 평화의 댐이다. 그리고 산자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발전용 댐은 팔당댐, 청평댐, 의암댐, 춘천댐, 화천댐이 있다. 환경부의 물관리 일원화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발전용 댐은 추구하는 업무의 목적이 다르다. 당연히 물관리에 대한 관점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물관리의 허점이다. 북한강 수계 5개 댐의 경우 발전량은 국내 총 발전 시설용량 기준으로 0.35% 내외에 그친다. 이 0.35%의 전력 생산을 위해 통합관리가 안 된다는 것은 난센스다. 기상이변의 시대를 살면서, 카호우카 댐의 참사를 보면서 우리가 서둘러야 할 것은 AI를 접목한 기술을 근간으로 한강수계의 댐관리 일원화등 진정한 물안보 확립이 시급하다,
물안보에는 밥그릇 싸움도, 이념도 끼어들어선 안 된다. 국민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을 토대로 가장 전문직이어야 할 물전문 공기업 사장 인선을 놓고 ‘지역 안배’ 운운 하는 기사를 읽어야 하는 현실에서 이 호소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