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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먹고 죽자 말고…K술, 제대로 즐겼으면 했다”

김미경 기자I 2023.03.06 06:40:00

원소주 기획한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
10개월간 300만병 팔린 '힙한' 원소주
전 출시과정 '원소주: 더 비기닝'에 담아 출간
올해 목표 美 진출…동남아 中도 수출 계획
도전 필요할 때, 작은 용기 하나면 되더라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출시 1주일 만에 20만 병이 완판됐고, 10개월 동안 300만 병이 팔렸다. 가수 박재범이 지난해 2월 출시한 증류식 소주 ‘원소주’ 얘기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하루 약 9836병씩 팔린 셈이다. 원소주는 업계 트렌드도 바꿔놓았다. 이제는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매장) 흥행 이후 편의점 입점이 당연한 일이 됐다. ‘소주’에 ‘힙하다’는 단어를 접목시킨, 지난해 주류(酒類)시장의 최대 히트상품 ‘원소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원스피리츠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는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사진=미래의창 제공).
‘SOJU’(2018년) 노래를 부르며 소주를 만들겠다던 박재범의 다짐을 현실화한 주인공은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Chief Creative Officer·최고창조책임자)다. 김희준 CCO는 2020년 12월 합류한 이후 초기 기획부터 제품 출시, 판매, 홍보에 이르기까지 원소주에 관한 모든 일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원소주 준비단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책 ‘원소주: 더 비기닝’(미래의창)에 담아 펴냈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원소주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했다. 기록해 두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출판사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해왔다”며 집필 배경을 이렇게 전했다.

위스키, 와인, 맥주, 막걸리 등 그 많은 주류 가운데 왜 소주였을까. 저자는 “우리나라의 좋은 술을 좀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고 좋아하는 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소주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소주답지 않았으면 했다”며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 문화, 오늘 먹고 죽자를 외치는 그런 술 문화를 주도하는 소주가 되고 싶지 않았다. 만취와 주취자로 얼룩진 술 문화를 지우고 술을 제대로 즐겼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원소주 탄생 과정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담은 ‘원소주: 더 비기닝’ 책 표지(사진=미래의창).
저자에 따르면 원소주는 100%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해 감미료 없이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증류식 소주다. 가격은 일반 소주(희석식) 7배 수준으로, 증류식 소주인 화요, 일품진로 가격과 비슷하다. “소주답게 병, 뚜껑 등은 친숙한 느낌으로 접근했고, 증류식 소주를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도록 깔끔한 맛을 강조했죠. 또 폭탄주 문화가 아닌 하이볼, 칵테일처럼 술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요. 유통은 대중에 다가갈 수 있는 편의점을 택했죠.”

가장 힘들었지만, 잘한 선택으로는 지역특산주로 허가를 받아 생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국내산 쌀을 대량으로 쓰며 농가들의 판로에 도움을 주고 있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브랜딩 과정을 일컬어 그는 “친구를 사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저자는 “새 친구에게 다가가는 과정은 조심스럽지만 친근해야 한다. 또 브랜드를 빌드업해나가는 과정은 돈독해지는 시간과 유사하다”면서 “본질, 다름,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원소주의 성공에 대해서는 박재범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도 단순히 연예인이 이름만 빌려준 사업이었다면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과정 자체를 즐겼고, 동료 각자의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의 원소주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원소주의 성공은) 우리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원소주’의 미국 수출이다. 이후 동남아, 중국, 일본 캐나다 등 순차적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3대가 함께 즐기는 술, 또 소주라는 카테고리를 명확히 만들고 싶고요. 수출 잘하는 기업에 주는 금탑산업훈장도 받고 싶습니다. 하하.”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반드시 기회는 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눈 앞에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해보세요. 도전이 필요할 때는 아주 조금의 용기만 내면 됩니다. 그렇게 경험을 쌓으며, 나의 그릇 크기를 늘려나가십시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원스피리츠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는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사진=미래의창 제공).
원스피리츠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는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사진=미래의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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