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명작의 냄새가 솔솔 난다.’ 3화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이건 명작이다.’ 4화 이후부터는 매회 소름이 끼쳤다. 세계관, 주제, 캐릭터, 연출, 작화 모든 측면에서 다른 레벨의 퀄리티를 보여줬다. 카카오웹툰이 연재 중인 웹툰 ‘존재’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접한 ‘대작’이다. 고작 초반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들게끔 했던 웹툰은 흔치 않은데 말이다.
우선 ‘존재’의 작가들부터 짚고 가보자. 글은 공전의 히트를 쳤던 ‘이태원 클라쓰’의 광진 작가가 맡았다. 드라마로 방영돼 일본에서까지 큰 흥행을 거뒀던 작품인만큼 서사와 연출, 세계관 등 전반이 훌륭하다. 특히 매회마다 독자들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난 듯하다.
작화는 김경준 작가가 맡았는데 과거 웹툰 ‘트러블’을 연재하며 완성형의 작화로 유명했다. 광진 작가의 표현과 스토리 전개를 뛰어난 표현력으로 풀어내니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감정의 폭이 더 커졌다. 캐릭터 심리에 따른 표정 묘사, 분위기에 따라 일부를 강조하는 작화 기법, 한 컷을 위에서 아래로 전개해 속도감을 부여하는 기법 등 작화만으로 몰입감을 전달한다.
‘존재’는 세계관 자체가 특색있다. 수억년에 걸쳐 여러 생명체로 윤회를 거듭한 주인공이 1950년~60년대 서울에서 지난 생의 기억과 능력을 갖고 태어나는 이야기다. 인간으로 태어난 주인공의 이름은 ‘자인’. 그는 전생의 모든 생명체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먼치킨’ 캐릭터다. 수억년을 거친 경험과 힘을 한낱 인간이 이길 수는 없다.
주인공 자인은 인간을 멸해야 할 존재로 본다. 그간 코끼리로, 개미로, 물고기로 살았던 지난 과거, 대부분이 인간의 탐욕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인간만 없다면 순리대로 세상이 돌아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인은 현생의 어머니 ‘영실’을 만나 조금씩 인간성을 느끼게 되는데, 이마저도 자인의 힘을 두려워 한 형사들에게 어머니를 잃으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대부분의 웹툰 주인공은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의 시점으로 모든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존재’는 주인공이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니기도 하다. 때문에 시각 자체가 제3자에 맞춰져 있다. 우리가 그간 무덤덤하게 넘겼던 많은 인간사의 부조리, 탐욕 등이 이 웹툰에서 고스란히 표현된다. 판타지적 요소가 짙은 웹툰이지만, 실제 현실 세계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전달해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