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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5년 준강간 혐의로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해당 판결은 항소심, 상고심을 거쳐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A씨는 2019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형사사건 당시 경찰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체로부터 채취된 시료에서 정액과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유전자감정서가 첨부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의뢰회보가 있었음에도 검사가 공소제기 당시 해당 감정서를 증거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검사는 1심 재판과정에서 A씨가 국과수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해 법원에 사본이 송부되자, 해당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1·2심은 검사가 공소제기 당시 확보된 감정서를 증거목록에서 빠뜨렸다가 뒤늦게 제출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검사가 자백을 강요했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손해배상액을 300만원으로 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과수의 감정서는 형사사건에 대한 원고의 자백이나 부인, 소송 수행 방향의 결정 또는 방어권 행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료로 볼 수 있다”며 “원고 측 증거신청으로 법원에 그 존재와 내용이 드러난 이후에야 증거로 제출한 것은 직무를 집행하면서 과실로 증거제출 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도 동일했다.
대법원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해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며 “검사가 수사·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됐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