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세계관 하나가 작품의 흥미도를 좌지우지한다. 과거 독자들은 일본 만화에서 기상천외한 세계관을 자주 접했고, 이를 참신하다고 여겨왔다. 예컨대 ‘진격의 거인’ 같은 유명 일본 만화만 봐도 작가가 만들어낸 극중 세계관이 독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결국 성공했다.
이제 이 같은 세계관의 참신함이 국내 웹툰계에도 상당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리디에서 연재 중인 ‘세 개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착한 사람만 갈 수 있는 ‘1세계’, 악인들만 가는 ‘2세계’, 신의 심판을 기다리는 어중간한 ‘3세계’로 전체 세계관을 나눴다. 1300년대 이탈리아 작가 단테가 사후세계인 지옥, 연옥, 천국을 그린 ‘신곡’이 일부 연상되기도 한다.
‘세 개의 세계’는 냉혹한 세계관의 룰을 따른다. 주인공 ‘윤철’은 부모님이 신의 심판에 따라 ‘1세계’로 배정받자 돌연 소녀 가장이 된다. ‘1세계’는 분명 좋은 일이지만, 심의 심판으로 인해 결국 ‘윤철’은 부모랑 생이별을 겪는다. ‘1세계’로 간다고 자식과 너무나 편하게 이별을 택하는 부모들이 진정한 선인인가, 독자들은 웹툰을 보다보면 문득 이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 ‘윤정’을 책임진 주인공 윤철은 3세계에서 1세계로 넘어가기만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윤정이 2세계에 떨어지는 형벌을 받게 되자 그 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윤정을 구하고자 세계의 문을 넘기로 결심한다. 이 와중 윤철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신이 지배하는 세계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목격하게 된다.
지난 7월부터 연재 중인 ‘세 개의 세계’는 방대하고 참신한 세계관으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평균 별점 4.9점(5점 만점)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신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역경은 물론, 전지전능한 신과 대행자인 ‘손’과 ‘발’의 비밀 등 다양한 흥미 요소를 배치했다. 특히 ‘손’과 ‘발’은 네이밍부터가 참신하다. 1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대행자는 ‘손’, 악인들을 교화하기 위해 2세계로 이끄는 ‘발’, 각각의 역할이 분명하다.
캐릭터 간의 서사도 관전 포인트다. 동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윤철의 모습에 여러 등장인물이 감화해 서로의 속사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세계를 녹아든다. 마음을 나누며 정서적 교감을 형성한 이들은 더 큰 세계를 이루는 감동을 선사한다. 회차를 거듭할 수록 세계관의 비밀에 대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재미가 있다. 절대적인 신을 내세워 의문스럽지만 실상을 알지 못하는 세계관, 이를 하나 둘 확인해나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궁금증과 흥미를 느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