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인 MZ세대에선 ‘맞춤법이 너무 어렵다’는 푸념이 잦다. 갖가지 줄임말과 신조어, 맞춤법 틀을 깬 ‘야민정음’ 등이 일상화하면서 기본적인 맞춤법에 글쓰기와 문해력에 이르기까지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늘고, 신구세대 사이엔 언어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9일 한글날 576주년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올바른 한글 사용을 넘어 세대 간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언어가 제기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꾀해야 한다고 짚었다.
|
띄어쓰기를 포함한 맞춤법에 맞는 한글 표기는 성인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지난 2020년 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2244명을 대상으로 맞춤법 등 한글 표기에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물은 조사에서 59.8%는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띄어쓰기(64.6%), 맞춤법(62.6%). 높임말 표현(18.9%), 무의식적인 신조어 사용(10%) 등은 대표적인 어려움 요소로 꼽혔다.
실제로 인터넷 발달 후 유행어, 신조어 확산은 더 빨라졌고 광범위해졌다. 이러한 용어를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등에 흔히 사용하면서 생활 속 언어 습관 역시 바꾸고 있다.
2016년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야민정음’은 유행의 중심에 있다. 비슷한 모양의 한글 자모를 이용해 단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명작’을 ‘띵작’으로, 강아지를 의미하는 ‘멍멍이’를 ‘댕댕이’, ‘귀여워’를 ‘커여워’ 등으로 표기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야민정음은 온라인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라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등 자막, 마케팅(‘비빔면’→‘네넴띤’) 등에서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야민정음을 비롯한 각종 인터넷 신조어는 MZ세대들에겐 소통을 위해 필요한 필수 도구이기도 하다. 대학생 이모(21)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카카오톡 등에서도 흔히 쓰인다”며 “모르려야 모를 수 없도록 많이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
이 떄문에 일상 속에서도 올바른 맞춤법 사용에 곤혹을 겪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잘못된 맞춤법 등은 학생들의 과제물, 취업 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를 거쳐 직장인들의 업무 문서에까지 쉽게 발견된다. 사람인의 조사에서 구직자 1196명 중 36.8%은 자기소개서에서 한글 표기를 틀린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직장인 응답자 1048명 중 68.2%는 ‘업무상 한글 표기 실수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회사 보고에 필요한 문서를 보면 문맥상 ‘뺏다’를 써야 하는데 ‘뺐다’로 쓰고, ‘들어나다’와 ‘드러나다’를 헷갈리는 등 기초적인 실수가 눈에 자주 띈다”고 말했다. 학부 조교를 맡고 있는 대학원생 양모(34)씨는 “기본적인 글쓰기 과제를 하더라도 ‘우리의’ 대신 ‘우리에’를 쓰는 등 사소한 맞춤법 실수가 자주 보여서 글쓰기보다 국어 과제를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고 고개 저었다.
단어와 문장의 뜻을 이해하는 문해력 논란도 자주 제기된다. 최근 온라인에선 ‘심심한 사과’란 표현을 놓고 문해력 논란이 불거졌다. ‘심심한 사과’의 ‘심심하다’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인데, 이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오해한 이들이 나와서다. 3일간을 의미하는 ‘사흘’의 ‘사’를 숫자 ‘4’로 이해하고 ‘4일인 줄 알았다’고 주장한 경우는 온라인포털 실시간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언어 사용의 주요 목적인 의사소통 방해로까지 문제가 번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대에 따른 언어 변화는 당연하단 점을 인정하되, 소통에 초점을 둔 언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언어는 살아있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들에게 ‘(신조어) 쓰지 말라’는 등 훈계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소통이라는 언어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새 어휘뿐만이 아니라 기존 어휘에 대한 학습 등 세대 간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