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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명 규모의 경찰 조직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범죄 현장에서 범인 제압에 사용해야 할 총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도구로 쓰이고 있어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서대문경찰서 산하 파출소에서 20대 경장이 야간근무 중 총기로 극단 선택을 했고, 지난해 11월 종로경찰서 산하 파출소에서 50대 경위도 총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본청 차원에서 총기 관련 지침도 재차 내렸다. 서울 종로구 내 파출소에 근무하는 A경감은 “총기 사용 가능한 대상자인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며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사격 점수가 낮거나, 징계 중인 경찰관은 근무 중 실탄이 든 권총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2인 1조로 근무하는데 팀장 관리하에 1명은 38구경 권총을, 나머지 1명은 테이저건이나 가스총을 지급받는다.
총기 사용 유의자를 매번 확인하지만 사고는 순식간이라 통제에 한계가 있다. 종로구 내 파출소에 있는 B경감은 “총기를 받을 때, 관리할 때 등 지켜야 하는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며 “총기 사고는 조직 차원의 관리 실패라기보다 일부 경찰관이 본인이 가진 가장 해로운 무기로 자신을 해친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무상 트라우마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찰관의 멘털 관리 필요성이 크다. 전국 18곳에 마련된 ‘마음동행센터’에서 심리상담을 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과중된 업무 부담에 상담을 가욋일로 여기는 분위기다. 서울 내 지구대에 근무하는 C순경은 “상담센터 거리가 멀어 다니기도 어렵고, 휴일에 개인 시간을 내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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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들은 조직문화가 바뀐 것도 멘털 관리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동대문구 한 파출소 F경감은 “총기 지급을 관리하는 팀장이 팀원들 각자 사정을 알아야 하는데 캐묻기가 어려운 분위기”라며 “과거에는 사생활을 잘 알기도 하고, 개인 사정을 물어보는 게 문제가 안 됐지만, 요즘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져 ‘갑질’로 여긴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은 그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가 나타내는 척도로 일부 일탈로 보고 덮으려는 대신 면밀한 이유를 살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에서 극단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라는 뜻으로 조직 차원에서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조직차원의 불공정함 때문이라면 명확한 인사관리 기준을 정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간부의 직무교육을 강화하며, 채용과정에서 업무 적합도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