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발전 공약은 없고, 돈 뜯어낼 생각만"

박철근 기자I 2022.03.08 07:30:00

D-1대선, 이재명·윤석열 금융공약 다시 보니
기본대출, 부채탕감 등 금융을 수단으로만 인식
윤 “은행 본점 부산 이전”…노조 “금융산업 무지” 비판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아무리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고 하지만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청사진은 없고 각종 복지와 지원을 위한 수단으로만 금융업을 바라보는 게 안타깝네요.”

20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금융 관련 공약에 대한 금융계 인사의 평가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두 후보의 금융공약은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산업이 자본논리가 강하게 적용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재원조달계획을 내세우지 못하는 점과 지원수단으로만 금융을 치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대전 서구 둔산 갤러리아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ㅅ진= 연합뉴스)
◇이, 금융도 ‘기본’ 시리즈…윤, 소액채무 사실상 ‘탕감’

유력한 두 후보의 금융관련공약은 소위 ‘포용금융’ 성격이 짙다.

이 후보의 경우 대선공약의 시그니처인 ‘기본’시리즈에 금융관련 내용도 포함했다. 이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최대 1000만원을 최장 20년 저리로 대출하는 ‘기본대출’, 최대 1000만원까지 일반예금 이자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기본저축’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의 금융공약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 피해자에 대한 대출만기연장과 세제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대출만기연장은 이미 9월까지 예정되어있고 금융권의 자산건전성을 고려하면 무한정 늘리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윤 후보는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와 관련해서 채무조정을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소액채무의 경우 원금감면을 현행 70%에서 9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부채를 탕감해주는 수준의 공약이다.

기준금리와 관련해 이 후보는 고금리 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윤 후보의 경우 지속 논란이 되는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완화를 위해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본금융 공약 내용. (자료=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
◇금융산업 이해도 부족…관치금융 지속 전망

두 후보의 금융공약이 지원에 초점을 맞추면서 업계에서는 불만이 거세다. ESG 경영강화기조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 및 지원을 강화하는 것에 찬성하면서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외국계은행 등 9개 은행 노조위원장이 모여 윤 후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노조위원장은 9개 은행이지만 사실상 모든 은행권의 노조가 참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윤 후보 공약에 대해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은행의 본점 이전은 단순히 표 획득만을 위한 공약이라며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점을 질타했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은행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관치금융’을 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윤 후보의 공약은 금융산업에 관한 무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측이 발표한 보험관련 공약 중 ‘편면적 구속력’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후보는 지난 1월 금융분쟁조정결정에 대한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금융감독원 산하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하겠다는 뜻으로 분조위 결정에 소비자가 동의하면 금융기관은 분조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권리보호를 위한 정책도 좋지만 일종의 반론권이나 변호권도 주지 않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7일 경기 하남시 신장동 스타필드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승-전-재원대책 미비’…현실성 결여

두 후보 공약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원대책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공약을 실현한다면 국민들의 생활이 더할 나위 없이 윤택해질 수 있지만 무분별한 국채 발행, 건강보험 재정 위협 등 문제점이 산재했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가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고 개혁성은 높지만 실현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의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이나 윤 후보의 ‘연속혈당 측정기 건강보험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건보 확대적용의 경우 실손보험 등 민영보험이나 의료비 부과 시스템 등 여러 사안이 얽혀 있어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특히 건보재정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권자의 지지만을 위한 보험 관련 공약은 추후 후폭풍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탓에 금융권은 각종 정책에 뒷받침을 하기 위한 자금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국가 재정만으로는 공약실현을 위해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각종 기금 설치와 같은 방법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금융권이 동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누가 당선되더라도 금융산업 발전보다 특정 정책 추진을 위한 들러리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공약집을 늦게 배포했지만 공약집에는 공약과 함께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재원조달방안이 거대 양당 모두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금융 공약 내용. (자료=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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