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주말에 동네 공원을 나들이하던 중, 초등학생 세 명이 필자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대뜸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30여년 간의 외교관 생활 중에 우리 문화의 힘을 현장에서 가장 강렬하게 체험해 본 적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는 약 2년 전, 코로나19 발발로 인구 1200만 명의 도시 우한시가 전면 봉쇄된 직후 우리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단체가 지원하는 방역물자를 실은 화물기를 타고 우한에 부임하였다. 당시 중국정부와 언론에서는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할 때 현장으로 거꾸로 달려왔다면서 ‘아름다운 역행자’라는 별명을 붙여 주면서 환대해 주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우한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후베이성의 성도(省都)인 우한은 예로부터 호반의 도시(百湖之市)이자 중국 중부내륙지역의 경제중심지로 ‘동방의 시카고’로 불려왔다. 특히, 우한은 지리적으로 ‘대륙의 배꼽’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주변 9개성(省)으로 통한다는 의미의 ‘구성통구(九省通衢)’이자 도로·철도·항공·수운 등 중국 교통과 물류의 중심도시로도 자리매김해 왔다. 최근에는 우한-부산간 직통 화물컨테이너 노선 개통으로 우한이 내륙항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중간 무역교류 등 국제무역 증대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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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중 양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로, 한중수교 30주년이자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되었다. 지난 30년간 양국은 경제무역, 투자, 관광 및 인적교류 등 분야에서 유례없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특히, 작년 코로나19로 한중 양국이 서로 가장 어려울 때 환난상휼과 상부상조의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도움으로써 30년 쌓아온 우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우한은 연해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인들이 많지 않고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도 적은 편이어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한국과의 문화교류에 있어 블루오션 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이기도 하다. 지난 3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양국관계를 한층 더 확대시켜 나가는 한편, 양국 국민 간 이해와 우호정서를 보다 증진시켜 앞으로의 한중관계가 양국 고유의 문화와 서로의 정체성과 가치를 상호 존중하는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그간 상대적으로 한국과의 교류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우한을 위시한 인구 3억 7000만 명의 중부지역이 문화교류의 꽃을 피워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기여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