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노사 양쪽이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성명을 내고 “법을 무력화할 시행령”이라고 비난했다. 경제계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산업 현장에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 초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 제정을 놓고 노사가 이렇게 대립할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처벌 대상 중대재해의 범위와 처벌의 수위에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한과 하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시행령에 어떤 내용이 담기든 노동계로서는 미흡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경제계로서는 부담스럽게 여길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번 입법예고안에 대한 노사 양쪽의 반발은 이런 이해관계 엇갈림의 표출로만 볼 수 없다. 노사를 떠난 중립적인 관점에서 봐도 그 내용에 부실하거나 모호한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 만성질환을 법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같이 빈발하는 산업재해를 도외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계가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제계의 주장 중에도 경청할 대목이 없지 않다.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규정하면서 ‘적정한 예산’이니 ‘충실한 업무’니 하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법령을 준수하고 싶어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지적은 타당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에 있다. 그렇다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경영자나 사업주가 사전에 이행해야 할 의무가 가능한 한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자와 노동자 각각의 책임 범위를 보다 분명히 하는 장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번 시행령 안은 오늘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입법예고된다. 정부는 그 사이에 각계의 의견을 다시 듣고 충실한 보완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예고안을 그대로 시행령으로 확정한다면 내년 1월 27일로 예정된 법 시행 이후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