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8월에 열린 취임 후 첫 사장단 협의회에서 밝힌 비전이다. 이달 29일로 만 3년을 맞는 구광모호(號) LG그룹의 모습은 구 회장의 말처럼 ‘선택과 집중’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적자에 허덕이던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배터리·전장 등 미래 먹거리에 집중했다. 빠르고 과감한 선택으로 시장 지배력을 급속하게 키워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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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29일 그룹 지주회사인 ㈜LG 대표로 취임한 직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작업에 나섰다.
우선 LG는 성장에 저해가 될 수 있는 비핵심·부진 사업 10여 개를 털어냈다. 대표적으로 △2019년 2·9월 LG전자(066570) 연료전지·수처리 사업 △LG디스플레이(034220) 조명용 OLED(2019년 4월) △LG유플러스(032640) 전자결제 사업(2019년 12월) △LG화학(051910) 편광판 사업(2020년 6월) 등이 있다. 특히 올 4월에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를 발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26년간 휴대폰 사업을 이끌며 한 때 세계 시장 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겪자 과감하게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부진 사업 정리와 함께 ‘신사업 확대’를 위한 준비도 차곡차곡 진행했다. 지난해 2월 LG전자, LG화학 등이 가지고 있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 100%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또 MRO 사업(2019년)과 ㈜LG가 보유한 LG CNS 지분 35%(2020년)를 매각하면서 내부거래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소했다. 사업 정비와 자금 확보는 지체 없이 투자로 이어졌다. 구 대표 취임 이후 3년간 LG는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 설립, 신규 공장 설립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서도 OLED, 배터리, 전장 등 3개 사업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가 이뤄졌다.
◇‘OLED·배터리·전장’ 3대 성장사업 육성
특히 ‘OLED TV’ 관련 성과가 단연 돋보인다. 각각 패널·TV 제조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동시에 OLED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유일 TV용 OLED 패널 제조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과 파주 공장 투트랙 생산체제를 가동, 지난해 450만대 수준이었던 OLED TV 패널 생산량을 올해 80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세트업체인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OLED TV 시장에서 66.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OLED TV 판매를 지난해 205만대에서 올해 두 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앞으로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의 핵심, ‘배터리’ 부문도 LG의 확실한 무기가 됐다. 이미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자랑하며 격차 벌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배터리사업부문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했다. 배터리 사업의 전문성 강화와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확보 차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GM과 각각 1조원씩을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 주에 총 3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어 2025년까지 미국 테니시주에 GM과 35GWh 규모의 제2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등 향후 미국에만 6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전장 사업’의 전망도 밝다. LG전자는 오는 7월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약 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의 합작법인(JV)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다. 지난 3월 스위스 소프트웨어 업체 룩소프트와 합작해 출범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JV ‘알루토’,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기업 ZKW까지 삼각편대를 완성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특히 미래 사업 준비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심혈을 기울였다”며 “새로운 시도를 중시하는 만큼, 앞으로도 사업 정비를 통해 얻은 여력을 바탕으로 성장 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