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제관료 5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사회안전망으로 ‘부의 소득세’ 도입을 제안했다. 소득이 기준선에 미달하는 계층을 대상으로 정부가 매달 일정액의 마이너스 세금, 즉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모든 국민에게 매달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한 반론의 성격을 띄고 있다.
변양호(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국장) 임종룡(전 금융위원장)·이석준(전 국무조정실장)·김낙회(전 관세청장)·최상목씨(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은 최근 ‘경제정책 어젠다 2022’라는 책을 냈다. 내년 3월 대선을 통해 출범할 차기 정부의 복지 분배 분야 정책의 핵심 이슈들을 담은 책이다. 저자들은 모든 국민이 기본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며 부의 소득세에 관한 개념과 도입 방안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월 50만원씩 주는 것보다 가난한 사람만 골라 월 100만원씩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유력 정치인의 복지 분배 정책에 대해 전직 경제관료들이 반론을 제기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우리 정치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재산·소득의 유무에 관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매달 일정액의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1인당 월 5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나라 전체로 연간 300조원 정도가 소요된다.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부의 소득세와 기본소득은 고용 없는 성장과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에 국가의 소득 지원 필요성을 인정하는 점은 같다. 그러나 지원 대상과 재원 조달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인데 비해 부의 소득세는 저소득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다. 기본소득은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부의 소득세는 기존의 복지제도 통폐합을 통해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정치권은 재원의 효율성과 조달 가능성 면에서 부의 소득세가 기본소득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