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번 설 명절은 그냥 가게에서 혼자 있으려고요. 집에 들어가기조차 미안해서요.”
올해 네 번째 소띠 해를 맞이한 PC방 업주 이유철(가명·48)씨는 요즘 집 대신 가게 한 편에 놓인 간이침대 위에 누워 밤을 지새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일 년 내내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다 보니 생활비 문제 등으로 가정에 불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 설날만 해도 풍족하진 않아도 가족들이 모여 즐겁게 새해 인사를 나눴는데, 올해는 그럴 힘도 없다”며 “일 년 내내 돈을 제대로 벌어본 적은 없는데, 가게 임차료에 건물 관리비, 전기 기본료까지 내니 계속 적자만 난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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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주어진 칸막이 속에서 컴퓨터만 사용하는 PC방이 코로나19 방역 규제 대상이 된 게 속상하기만 했다. 정부는 사태 초반에 PC방 영업을 아예 금지했고, 지금까지도 오후 9시 이후 야간 영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이씨의 PC방 매출은 평소 절반도 안 되는 상태다.
다른 지역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업주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도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한 해 빚만 수억원에 달하는 업주도 있었고, 개업 당시의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돼버린 업주도 있었다. 남은 빚 때문에 폐업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다른 업주의 이야기에 이씨도 공감했다. 이씨도 PC방을 개업할 때 진 빚을 다 갚지 못했다.
이씨에겐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게 더 막막할 따름이다. 폐업해서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나 싶다가도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은 이씨가 쉽게 폐업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 이씨는 설 연휴를 PC방에서 보내며 정부가 그동안 피해 본 부분에 대해 손실 보상만은 제대로 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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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참다 못해 폐업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폐업하려면 돈을 들여 해놓은 실내 인테리어나 시설을 다 뜯어내야 한다는 걸 알고 난 뒤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가게 권리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막상 폐업한다고 해도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박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단 버티기로 했다.
그러나 박씨에게도 기한 없는 버티기가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박씨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손실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이번 주가 지나고 다시 세워질 방역 기준에 코인노래방의 오후 9시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풀리길 바라면 설 연휴에도 문을 열고자 가게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