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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누가 알라딘 램프의 지니를 깨우는가

최훈길 기자I 2019.08.16 05:00:00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조현배 해양경찰청장.(해양경찰청 제공)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가졌지만, 작디작은 램프 속에 갇혀 살죠.”

누적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알라딘’에 나오는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인 지니의 명대사다. 놀랍게도 해양생물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바로 적조를 일으키는 미세 식물 플랑크톤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매년 적조를 일으키는 대표적 식물 플랑크톤은 코클로디니움이라 불리며 크기가 40~50㎛ 정도다. 80㎛ 정도인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다. 독성은 없으나 점액질로 둘러싸여 있다. 물고기 아가미에 흡착하면 질식을 유도해 폐사시키는 유해성 적조생물이다.

이들은 휴면포자(resting cyst)라 불리는 씨앗 형태의 삶을 산다. 바닷물의 수온이 낮아지고 일조량이 줄어들어 생활하기 부적합한 환경이 됐을 때 유영을 멈춘다. 그리고 작디작은 씨앗 속에 몸을 숨기는 휴면포자로 변해 해저에 침강한다.

마치 한 알의 모래와 같은 형태로 퇴적돼 있다가 다시 수온이 올라가고 삶에 적합한 환경으로 돌아오면 떠오른다. 갇혀 있던 휴면포자에서 탈출해 해수면으로 떠올라 광합성을 시작하는 것이다.

식물 플랑크톤은 하나의 작은 세포이지만 매년 7월부터 개체 수가 크게 불어나는 ‘이상 증식’을 한다. 거대한 붉은 물결 즉 적조(red tide)가 되는 것이다.

TV에서 적조 발생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양식장의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하루아침에 폐사한다. 물고기가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물 위에 떠오른다. 어시장의 수산물 판매가 급감해 상인들이 울상을 짓는 일들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곤 한다.

적조생물을 폭발적으로 증식하게 하는 인위적인 요소는 해수의 부영양화 즉 바닷물의 영양 과잉이다. 결국 적조의 발생은 자연현상이라 하더라도 적조생물의 증식은 육상으로부터 유입된 영양물질 때문이다.

작년 7월 24일 전남 고흥군에서 최초로 적조 주의보가 발령돼 한 달간 경남 거제 등 남해안으로 확대됐다가 8월 20일에야 해제됐다. 적조 피해에 대비해 가두리 양식장에 산소 공급을 강화하고 먹이 공급량을 조절하며 가두리 시설을 이동시켰다. 하지만 여러 노력에도 작년에만 약 18만 마리의 어류가 적조로 인해 폐사했다.

올해는 아직까지 적조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지난 8일 오후 2시를 기해 충남 천수만, 전남 함평만에 올해 첫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장마 소멸 후 이어진 폭염의 영향으로 일부 해역의 수온이 고수온주의보 발령 기준인 28℃에 도달했거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적조는 고수온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에 따라 해양경찰 역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적조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9월까지 항공기와 드론을 이용한 항공 예찰을 실시 중이다. 아울러 경비함정과 방제정의 기본 임무와 병행한 적조 예찰을 강화해 하늘과 해상의 입체적 감시망을 촘촘히 할 예정이다.

해양경찰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지자체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적조 발생 시 주로 황토를 살포해 방제 작업을 벌인다. 이렇게 방제 작업을 하면 황토 입자는 점액질로 둘러싸인 적조 생물에 흡착돼 해저로 침강하게 된다.

해경은 경비함정의 강력한 소화포와 워터제트 추진기를 이용해 이 같은 적조를 제거할 것이다. 적조 생물의 군집을 분산시킨 뒤 황토가 살포된 표층수를 살포할 것이다. 이를 통해 양식장에 적조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부디 올해는 바다에 고요히 가라앉아 있는 작은 알라딘 램프 속 지니가 깨어나지 않길 바란다. 지니가 양식장을 휩쓸고 지나가는 일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양경찰청 방제선이 지난 2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리 양포항 앞바다로 고압의 물을 뿌리는 적조방제 훈련을 실시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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