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룡' 네이버, 쇼핑까지 꿀꺽…'이커머스 포식자' 되나

이성웅 기자I 2019.04.17 05:30:00

격변의 전자상거래시장(上)
네이버, 모바일 홈 개편하며 ''쇼핑'' 전면에
정보 수집·가격 비교·상품 판매·간편결제 ''원스톱 서비스''
네이버쇼핑 월평균 거래액 1.2조…업계 3위 껑충

110조원 규모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안으로는 신흥 강자 네이버가 기존 사업자를 위협하고, 밖으로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호시탐탐 영토 확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향후 전망과 기존 사업자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봤다. 본 기획은 상·중·하 3편으로 연재한다.[편집자주]
지난 달 개편한 네이버 모바일 기본 화면. 기본 화면에서 페이지를 왼쪽으로 넘기면 바로 쇼핑 창이 나온다.(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새로운 네이버쇼핑은 왼쪽에서.”

지난달 모바일 홈(기본 화면) 개편에 나선 네이버의 캐치프레이즈다. 모바일 홈 오른쪽은 뉴스 창이다. 네이버는 모바일 웹을 개편하며 쇼핑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선택을 했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기존 막강한 정보 검색 기능에 가격비교, 간편결제까지 쇼핑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면서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포식자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AI 기반 상품 추천…오픈마켓 고객 유입 줄어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의 비지니스플랫폼 부문의 영업수익(매출)은 2조4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비지니스플랫폼은 쇼핑검색광고 등이 포함된 사업영역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등의 매출이 포함된 IT플랫폼 부문 영업수익도 3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63.3% 증가했다.

네이버의 쇼핑 기능은 지난 2014년 자체 쇼핑몰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강화됐다. 네이버는 기존 가격비교, 쇼핑검색에 더해 쇼핑몰 구축 서비스와 네이버페이까지 추가하며 쇼핑 플랫폼으로써의 위력을 더해갔다.

지난달 모바일 홈을 개편하면서는 쇼핑 기능이 더욱 강력해졌다. 메인 화면엔 검색창이 전부이지만, 화면을 왼쪽으로 넘기기만 하면 쇼핑 창이 뜬다. 기존에는 네이버에서 쇼핑을 하려면 별도의 영역을 찾아들어가거나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야했지만, 지금은 접근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상품까지 추천해 주기 때문에 별도의 검색도 필요 없다. 네이버를 통해 ‘아웃링크(검색된 정보를 클릭하면 정보를 제공한 원래 사이트로 넘어가는 방식)’로 고객을 유치하던 오픈마켓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고객 유입 비중이 크게 줄어들게 된 셈이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선 올 들어 네이버쇼핑의 월 평균 거래액이 1조2000억원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의 판매 수수료가 2%대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월 판매 수수료로만 약 240억원을 챙기는 셈이다.

이에 더해 네이버는 쇼핑을 통한 페이 수수료까지 덤으로 얻고 있다. 고객이 네이버쇼핑에서 네이버페이로 물건을 살 경우 이중으로 수수료 수입이 생긴다. 특히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11월 오픈서베이가 진행한 간편결제 관련 조사에서 59.8%로 이용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옥션과 G마켓 등을 운영하는 ‘업계 1위’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3년간 주춤하는 사이, 네이버는 단숨에 거래액 기준 업계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9812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486억원으로 최근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네이버가 단기간에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털 검색’이라는 막강한 무기가 있다. 최근 구글과 유튜브의 약진으로 검색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여전히 70%가 넘는다.

기존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도 네이버가 이를 기반으로 쇼핑 사업을 강화하면 검색부터 결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시장의 포식자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 개막을 하루 앞두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색 점유율 70% 넘어…오·남용 우려

문제는 네이버가 막강한 검색 점유율을 오·남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8월 네이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신고한 바 있다.

네이버에서 특정 상품을 검색했을 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네이버페이 등록 사업자의 상품을 검색창 상단에 우선 노출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해 9월 광주에서 열린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광주’ 개장 기념 간담회에서 “스마트 스토어를 우대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안에 대해선 여전히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 중소 쇼핑몰 운영자들 사이에서도 검색 차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소 쇼핑몰과 스마트스토어 모두를 운영 중인 한 업자는 “같은 물건을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과 스마트스토어 모두에 팔면서 네이버 검색 상단에 노출하기 위해 자사몰에 스마트스토어보다 2배 많은 광고비를 집행했는데 노출빈도는 되레 스마트스토어가 수배 더 높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스마트스토어 입점만으론 네이버쇼핑 검색에 상품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맹점도 있다. 스마트스토어는 입점·판매 수수료가 없지만, 결국 수익을 제대로 내기 위해선 별도의 광고비와 수수료를 지급하고 네이버쇼핑에 입점을 신청해야 한다.

네이버의 쇼핑 경쟁력은 올 하반기 간편결제 규제 완화와 함께 더 세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부터 간편결제 거래한도를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500만원으로 늘리고, 월 50만원 내외의 소액 후불결제도 허용할 계획이다.

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는 “검색 강자와 쇼핑 강자가 명확히 구분돼 있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검색과 쇼핑 모두를 네이버가 쥐게 된 상황”이라며 “다행히 전체 시장이 계속 성장 중에 있다고는 하지만, 네이버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어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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