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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두고 감도는 전운…곳곳서 표대결 전망

이슬기 기자I 2019.03.12 05:20:00

주총 소집공시 보니…29社 주주제안 안건으로 올려
배당금 확대요구 가장 많아…이사·감사 선임 등 뒤이어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주총 시즌’을 앞두고 증시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주총 소집을 공고한 상장사들 중 상당수가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면서 곳곳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주주의 권한이 강화되고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올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한진칼과 대한항공,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의 주총 결과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 “경영진 바꿔라” 경영 참여 주주제안도 봇물

11일 이데일리가 지난 8일까지 올라온 올해 정기주주총회 소집 공시를 분석한 결과, 총 29개 상장사가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제안은 기관투자가 등 소액주주들이 배당 확대와 이사 선임 등의 의안을 주주총회에 제시하는 것을 뜻한다.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의결권이 있는 지분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고,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투표에 부쳐진 주주제안 내용은 다양했다. 우선 사내이사·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관련 내용이 총 15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무선 데이터서비스 기술업체 네오디안테크놀로지(072770)는 소액 주주들이 현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보낸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주주제안서 내용을 받아들여 주총 안건에 올렸다. 또 삼양식품(003230)은 2대 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제안한 이사 자격정지에 관한 정관변경을 수용해 표결에 부치기도 했다. 올초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횡령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된 것과 관련해, 배임·횡령 임원을 결원으로 처리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제안한 것이다.

한진칼(180640) 역시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제안한 감사와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제한 안건 등을 주총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진칼은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아직 하지 않아 주총 안건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 배당금 확대 등 주주환원 요구 목소리 가장 커

한편 주주제안 중 가장 많은 것은 배당확대·자사주소각 등 주주환원과 관련된 내용으로, 총 17건이나 됐다. 먼저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금에 반대해 원하는 배당금을 제안하고 나선 경우가 총 12개사로 가장 많았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 갈등을 빚고있는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를 비롯해, 현대HCN(126560) 세이브존I&C(067830) 등이 이사회가 제시한 배당금과 주주가 제안한 배당금을 두고 표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대웅(003090)은 1주당 0.05주를 배당하는 주식배당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인베니아(079950)는 주주제안을 반영해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차등배당 안건을 올렸다. 인베니아는 지난해에도 차등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이밖에 KISCO홀딩스(001940)는 올해 중간배당을 신설해달라는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지난해 KISCO홀딩스의 주주들은 주당 1250원의 배당금을 제시하는 이사회에 맞서 개인투자자측이 5000원을, 밸류파트너스운용측이 8000원을 제시하는 주주제안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주주총회에선 이사회의 원안이 통과됐고, 올해는 주주들이 배당금을 늘리는 것보단 중간배당을 신설하라는 요구로 바꿨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회사 중 상당수가 지난해에 비해 올해 배당금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BYC(001460)는 지난해 보통주 1주당 850원의 배당금을 제시해 주주로부터 4000원으로 상향하는 주주제안을 받는 등 갈등을 빚었지만, 올해는 보통주 1주당 10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이에 대항하는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특히 배당 확대 요구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 행동과 관련한 움직임은 일찌감치 있었지만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며 “특히 배당에 대한 한국 상장사들의 인색한 태도에 대항한 주주들의 배당 증가 요구가 주주가치 제고의 이름으로 표출되고 있어 주주가치 제고 정책 중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는 배당의 증액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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