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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맏형인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계열사의 실적도 줄줄이 악화했다. 성장의 열쇠였던 수직 계열화된 구조를 갖춘 현대차그룹은 완성차가 부진하자 관련 부품 계열사도 악영향을 받으면서다. 또 일시적인 품질비용과 비우호적인 환율도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 3분기 경영실적은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했다.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6% 급감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2010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기아차 3분기 영업이익은 17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흑자로 돌아섰으나 지난해 통상임금 기저효과로 사실상 수익성이 약화됐다.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저치로 현대차는 1.2%, 기아차는 0.8%에 그쳤다. 양사 모두 수익성이 악화된 모습은 판박이다. 모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미국에서 에어백과 엔진 리콜비용과 엔진 진동 감지로 차량을 진단하는 ‘KSDS’ 개발 등으로 현대차는 5000억원, 기아차는 2800억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됐다.
예상에 없던 일시적인 품질 비용이 반영 된 것을 제외해도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보다 수천억원대 이상 낮게 나온 점은 업계 충격을 안겼다. 내수는 물론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의 장기화된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제품의 경쟁력 등 전략의 실패가 주된 원인으로 제기됐다.
또 환율도 비우호적이었다. 리라 36.8%, 헤일화 20.4%, 루블화 10.8%, 유로 2.0%, 달러 0.9% 등 지난해 3분기 평균과 비교해 평균 10~20%가량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쇼크에 납품하는 부품 계열사도 줄줄이 영향을 받았다. 현대차그룹 특유의 수직계열화 구조 때문인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시장에서 안팔리면 현대모비스·현대위아 등이 납품하는 부품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는 3분기 매출은 8조4237억원, 영업이익은 46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15.1% 줄었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생산량이 줄었고, 에어백 제어기(ACU) 리콜에 대한 충당부채를 설정하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도 3분기 영업이익(96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36.2% 감소해, 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위아는 “자동차부품 분야는 완성차 생산량이 줄었고 환율 하락의 영향도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실적악화로 1·2차 부품 협력사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1·2차 협력 상장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1%에서 올해 1분기 0.9%까지 떨어졌다”며 “자동차업체 여신규모도 20조원가량인데 이 가운데 10%정도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내 잇단 차량 화재사고라는 대형 악재까지 겹쳤으며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압박은 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위기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연내 계획 중인 지배구조 개편도 불투명하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 2012년 이후 지속된 품질비용 증가와 높은 글로벌 재고, 중국실적 부진을 감안할 때 영업현금흐름 개선은 지연될 전망”이라며 “이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현대차가 배당확대, 자사주소각 등 추가 현금지출이 어렵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4분기 영업일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신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자신했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다양한 SUV 모델을 출시하고 제네시스 등 고급차 판매 역량도 확보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3세대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적용해서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성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