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책임·독립 경영 강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이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 모델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배구조개편 및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 80년 간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인 △총수 △미래전략실 △계열사 사장 등 기존 삼각 축을 과감히 버리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경영 혁신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인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 등 각 부문장을 사내이사로 선임, 의장과 대표이사의 역할을 나눴다.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도 22일 주총에서 최치훈 사장이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 이사회 의장만 맡고 이영호·고정석 사장과 정금용 부사장 등 각 부문장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사업을 이끌게 했다.
삼성의 비금융 계열사 중 처음으로 사외이사가 의장직을 맡아왔던 삼성전기는 23일 주총에서 권태균 사외이사가 이승재 사외이사로부터 의장직을 이어받았다. 이날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이윤태 사장은 대표이사로서 사업에 주력하고 이사회는 사외이사인 이승재 의장이 이끌며 역할 분담을 하게 됐다.
삼성은 경륜이 있는 인물을 이사회 의장으로 삼아 회사의 중·장기적 사업 방향을 모색하고, 대표이사들은 각자 맡은 사업에 더욱 매진해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이번 주총을 끝으로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며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다”며 “회사와 임직원 모두 철저한 준비와 도전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중장기 성장 기반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다양성 확보·핵심 인재 사내이사 중용
외국기업 CEO와 여성 사외이사 영입 등을 통해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한 것도 삼성의 100년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소통을 목표로 도입한 거버넌스위원회는 삼성의 신(新) 삼각축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부터 80년을 이어온 ‘인재 경영’이란 삼성 고유의 가치도 핵심 인재들을 대거 발탁한 사내이사 구성을 통해 뚜렷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조원 벤처 신화’를 이룬 외국기업 CEO출신 김종훈 키위모바일 회장과 여성인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전 총장), 반도체 전문가인 박병국 서울대 교수 등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또 삼성물산은 GE(제너럴일렉트릭)에서 최고생산성책임자(CPO)를 역임한 필립 코쉐(Philippe Cochet)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이 가운데 김종훈 회장과 필립 코쉐 전 GE CPO는 각각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사외이사들의 퇴임으로 신규 선임돼 그 자리를 대신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로 핵심 인재들이 모여있던 옛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들이 각 계열사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새 이사회 의장인 이상훈 사장은 과거 미전실에서 전략1팀장으로 일했고,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장인 정금용 부사장은 미전실 인사팀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 삼성SDS(018260)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된 박학규 부사장은 미전실 경영진단팀장을 지냈고, 삼성SDI(006400) 사내이사가 된 권영노 부사장도 전략팀 임원으로 일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핵심 인재인 미전실 출신 사내이사들은 그룹 전체 사업을 조율해본 남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이사회 중심 경영에서 자칫 약화 될 수 있는 계열사 간 협업을 효과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