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송영무 장관님, 꼭 그 말을 했어야 하나요?

김관용 기자I 2018.03.09 05: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입’이 논란이다. 한미 연합훈련에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파견 문제를 놓고 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8일 송 장관은 전역을 앞두고 있는 스콧 스위프트(Scott swift) 미 태평양함대사령관(해군 대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확장억제 전력이라든지 원자력 잠수함이라든지는 사령관으로 계실 때까지는 한반도에 전개 안 하셔도 된다”고 했다. 이에 스위프트 사령관이 “준비하고 있겠다”고 하자, 송 장관은 다시 “아니, 한반도에 오지 않고…”라고 답했다.

현장에 있던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올해 연합훈련에 전략자산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면담 자리에 배석했던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기자실로 급히 내려왔다. 그는 전역 예정인 스위프트 제독에 대한 덕담 차원의 말씀이지 미 전략자산 파견 중단 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을 했다. 스위프트 사령관 재임 중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등을 위해 고생했기 때문에 위로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는 것이다. 스위프트 사령관은 지난 해 싱가포르와 일본 인근에서 잇따라 발생한 구축함 충돌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5월에 전역한다.

내달 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될 예정인 한미연합훈련 규모와 수위 등은 민감한 이슈다. 송 장관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전략자산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공개석상에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국방수장이 현 정권의 뜻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 축소 요청을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도 남겼다.

송 장관은 지난 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 격려 현장에서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며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뭇매를 맞았다. 정치개입 댓글 지시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데 대해서는 “참 다행”이라고 했다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논란을 만드냐’는 지적을 받은지 오래다. 장관의 말실수가 계속되면 국민에게 군이 믿음직한 모습으로 비치기 어렵다. 결국 우리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한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사령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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