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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대기업의 벤처기업·스타트업 인수가 활성화될 경우 자연스러운 엑시트(Exit·자금회수)와 함께 벤처생태계에 우수한 인재 유입으로 이어지는 등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그동안 대기업집단 계열사 수 발표가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으로 인한 편법 상속 문제 등 대기업 폐단을 막는 효과가 있었지만, 반대로 대기업이 스타트업 등을 대상을 한 M&A의 걸림돌이 돼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은 정부 감시·규제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해 그동안 공격적인 M&A를 주저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헌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역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엑시트 시장이 넓어지는 단초로 보여진다”면서 “벤처캐피탈 업계도 당연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 이후 실제로 M&A가 활성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대기업의 M&A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구글처럼 매주 하나꼴로 업체를 인수하는 기업이 국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M&A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그간 만연했던 대기업의 기술 탈취, 인재 빼가기 문제 등을 공정위와 함께 정부가 더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부소장은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적 가치를 인정하는 수평적 상호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자연발생적 기술거래 M&A 시장이 형성됐다”며 “반면 한국은 그동안 국내 산업발전의 역사와 환경의 차이로 인해 수요·공급에 의한 자연스러운 시장 형성이 요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 회장 역시 국내 대기업의 문화를 질책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 대기업 사이에서 기술을 제값 주고 사는 문화 대신 벤처기업 등으로부터 기술과 인력을 빼앗아가는 일부 문화가 있었다”며 공정위의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오 부회장은 “미국은 대기업 악행에 대한 징벌이 매우 강하다”며 “이번에 공정위가 대기업의 M&A 활성화 길을 열어준 만큼 기존 악습을 잡도록 법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