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략 새판]②'리스크 분산'…동남아·유럽·북미로 발 넓혀

강신우 기자I 2017.11.16 06:00:00

롯데마트, 동남아서 2020년까지 169개점 출점
신세계, 베트남 진출 본격화…2억달러 규모 투자
식품업계 ‘할랄인증’ 받고 인도네시아 진출 속도
현대차 베트남 시장 주목...게임은 북미로 선회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끌라빠가딩점. (사진=롯데마트)
[이데일리 강신우·김용운·김혜미 기자] 한국기업들이 중국을 뒤로 하고 신시장 찾기에 나섰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이 주요타깃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에 데인 기업들이 해외 사업 다각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에 나선 분위기다.

◇롯데·신세계 ‘동남아서 1위 경쟁’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앞서 중국 시장 전면 철수를 선언하고 오는 2020년까지 동남아 지역에 매장수를 169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엔 현재 45개에서 82개로, 베트남에는 13개 점포서 87개로 각각 늘릴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사드 보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덜하고 경제성장률과 생산인구비중 등 경제지표도 좋은 편이어서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꾸준한 출점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일찌감치 중국서 발을 빼고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마트는 2015년 12월 호찌민시 고밥 지역에 베트남 1호점을 오픈했고 현재 호찌민시 2호점 개장을 준비 중이다. 신세계는 이곳에 2020년까지 2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또 자체브랜드(PB)를 앞세워 말레이시아 현지 수퍼마켓에도 진출했다. 말레이시아 최대 유통기업인 GCH리테일의 콜드스토리지, 메르카토, 제이슨스 등 3개 수퍼마켓에 ‘한국의 유통 아이콘’이란 콘셉트로 과자, 시리얼, 라면 등 52종을 판매한다. 연말까지 현지 100여개 유통업체에 입점할 계획이다.

이마트 고밥점에서 현지 방문객들이 전단지의 한국 행사상품을 들여다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GS리테일은 올해 베트남 호찌민시에 GS25 편의점 1호점을 열 예정이며 향후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지난해 GS수퍼마켓 1호점을 열었다. 인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이달 초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인도는 연평균 성장률 7%대의 거대 내수시장이 있으며 중동·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 구실을 할 수 있는 등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큰 나라”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 피해를 본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다각화에 나섰다”며 “한 곳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보다는 여러 곳에 분산 투자해 경영위험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할랄’인증 받고 韓식품 전파

식품업계도 할랄 인증을 하는 등 인도네시아 진출 채비를 갖췄다. 삼양식품은 지난 9월 라면 브랜드인 불닭 3종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인도네시아가 2019년부터 수입하는 모든 식품에 할랄 인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시행 예고함에 따른 조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세계 식품 시장에서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할랄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은 계열사 팜스코가 인도네시아 축산기업 수자야 그룹의 사료 및 종계 사업부문을 지난달 인수했다. 한국형 축산 계열화 시스템을 현지에 도입해 동남아 육류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 같은 투자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의 특성상 앞으로 특히 닭고기 소비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인 BBQ 역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매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인도네시아를 기점으로 신규매장을 확대해 올해까지 동남아 전역에 100여개의 신규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현대차, 동남아 공장 증설…게임업계는 유럽·북미로

현대자동차가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지역은 베트남이다. 지난 4월 현지 자동차 제조사인 탄콩그룹과 손잡고 900억원을 공동출자해 합작사를 설립했다. 지난 7월에는 이 합작사에서 생산한 그랜드 i10을 처음으로 출시하면서 베트남을 비롯해 아세안 시장 확대의 단초를 마련했다. 또 베트남 꽝남성에 현지 업체인 타코와 50대 50 합작 투자로 약 450억원을 투입해 상용차 조립공장을 증설 중이고, 아울러 지난해 말 착공한 닌빈성 제2 조립공장도 내년 1분기부터는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지업체와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상용차 조립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상용사업부문 신임 사장에 한성권 전 기아차 아태지역본부 인도네시아 판매담당을 선임하면서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을 실은 바 있다. 이밖에 필리핀에서는 지난해부터 현지 독점 딜러 하리와 업무협약을 맺고, 소형트럭과 대형트럭, 버스 등을 수출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유럽과 북미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연내 일본과 중국에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유럽과 북미지역에 먼저 출시하기로 했다. 중국향 빌드 개발을 거의 완료했지만 중국 정부의 판호 승인이 지연되면서 순서를 가장 뒤로 미룬 것이다. 넷마블은 지난 6월 태국과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11개국, 8월 일본에 레볼루션을 출시해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15일 북미와 유럽 54개국에도 출시했다.

(자료=넷마블게임즈)
넥슨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데 적극적이다. 넥슨은 지난 8월 글로벌 시장(국내 및 아시아 제외)에 론칭한 FPS게임 ‘로브레이커즈’를 필두로 서구권 시장 공략을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으며, 북미 소재의 모바일 대화형 스토리텔링 게임 개발사 ‘픽셀베리 스튜디오’를 인수, 서구권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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