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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총생산(GDP)은 ‘통계의 왕’으로 불린다. 경제계를 넘어 20세기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이유가 있다. 지난 1937년 처음 태어난 GDP가 실제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방증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대공황기였던 1932년 당시 GDP 증가율은 -12.9%였는데, 그 이후 경기 침체가 가장 심각했다는 2009년 금융위기 때는 -2.8% 수준에 그쳤다. GDP가 경기 변동의 폭을 완화했다는 얘기다.
대공황 때만 해도 당국이 얻는 통계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나마 주가, 철도 운송량,철강 생산량 정도였다. 경제 상황은 ‘감(感)’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GDP의 등장은 정확한 경기 판단을 가능하게 했고, 그만큼 정책 대응의 효과를 높여줬다.
“GDP 보완·개선할 시점 왔다”
그런데 이런 통계의 왕이 도전받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적 성과를 가장 잘 측정한다는 그 존재이유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게 골자다.
특히 GDP는 우리나라에서 ‘경제 성적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3% 경제성장률(실질 GDP 증가율)을 공언했을 정도다. 그런 GDP가 각 경제주체들로부터 의심받고 있다는 건 가벼운 일이 아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에서 GDP 산출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태 국민계정부장은 6월 사내 소식지에 “과거 글로벌화, 인터넷경제 등 새로운 경제현상이 확산됐을 때 시의적절하게 대응해왔던 것처럼 GDP 통계를 다시 한 번 보완·개선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칼럼 서두에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1.내 친구 K는 성공한 사업가였고 꽤 많은 자산도 축적했다. 그런데 얼마 전 하던 일을 그만두고 홍천의 M마을에 전원주택을 짓고 지금은 아내와 텃밭을 가꾸며 지내고 있다. 그는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전원생활이 더욱 행복하다고 한다.
2. M마을은 주로 고령 농부들이 소규모 농사를 짓고 살고 있었는데 풍광이 좋아 K가 정착한 이후 K의 친구인 자산운용회사의 사장도 근처에 큰 저택을 짓고 주 3∼4일 정도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3. M마을에는 K 외에도 예쁜 전원주택에서 주말을 보내는 젊은 직장인과 은퇴자들이 있었다. 주중에 서울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 중 일부는 주중에 비어있는 자신들의 전원주택을 에어비앤비(Airbnb)에 등록해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다.
김 부장은 “K에게는 높은 소득의 서울생활보다 낮은 소득의 전원생활이 더 높은 복지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K의 이런 선택이 GDP를 산출하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점이다. 그는 “이같은 GDP 축소는 한 나라의 소득인 GDP가 환경과 건강 등을 고려한 주관적 복지 수준의 선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일례”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도 비슷하다. 수천억원대 소득의 사장이 오면 M마을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수직 상승하겠지만, 이는 마을 주민들의 삶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른바 ‘평균의 함정’이다.
김 부장은 세 번째 사례 역시 “M마을 직장인들이 사업체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임대업 서베이나 소득세 자료에 포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를 기초자료로 하는 GDP 통계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세계 주요국도 GDP 정확성 논쟁
GDP의 정확성 논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지난해 일본은행은 2014년 일본의 GDP가 2.4% 증가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는 주무기관인 일본 내각부가 산출한 수치(-0.9%)와 비교하면 정책 대응의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컸다.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에서도 산업화 시대의 상징인 GDP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나온다.
경제계는 GDP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GDP의 힘은 정권의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GDP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의심이 커지는 것은 곧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용어설명> 국내총생산(GDP)
GDP는 우리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소득을 뜻한다.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일정기간 생산활동에 참여한 창출한 부가가치 혹은 최종생산물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합계다.
물가 변동을 배제한 실질 GDP가 해마다 증가하는 정도는 곧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제성장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