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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파이시티 이어 크라제버거까지 품을까?

이연호 기자I 2016.06.27 06:40: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꾸준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 오고 있는 하림그룹이 최근 파이시티(옛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인수한데 이어 이번에는 프리미엄 수제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크라제인터내셔날까지 사들이려 하고 있다. 올해 첫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진입 직후 최근 정부의 대기업 자산기준 상향으로 이르면 9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예정이었던 하림그룹은 재차 대기업에 선정될 상황에서도 M&A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하림, 파이시티 이어 크라제버거도 노린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지난 20일 마감된 크라제인터내셔날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일 마감된 예비입찰 결과 공식적으로는 하림 한 곳이 LOI를 제출했다”며 “추가적으로 두 곳의 재무적투자자(FI)가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라제인터내셔날은 지난 1988년 설립된 국내 첫 토종 수제 햄버거 프랜차이즈업체로 ‘크라제버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서 고급 햄버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사업 확장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지난 2013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나우IB캐피탈에 팔리며 지난 2014년 9월 회생절차를 종결했으나 최근 다시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하림그룹이 이번에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인수하게 될 경우 지난 2000년에 세운 치킨 전문 패스트푸드업체인 하림치킨익스프레스와 함께 본격 외식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하림치킨익스프레스는 한때 전국적으로 50여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지방 몇 개 도시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재지정에도 굽히지 않는 M&A

특히 하림그룹의 이번 M&A 추진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대기업집단 재지정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하림은 지난해 해운업체 팬오션 인수로 자산이 9조9100억원까지 껑충 뛰면서 자산 5조원 이상의 자격 요건을 훌쩍 넘겨 지난 4월 첫 대기업집단에 지정됐고 상호순환출자 금지 등 공정거래법상 38개의 규제를 적용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대기업집단 자산기준을 10조원으로 상향하기로 결정하고 입법 절차에 들어가면서 이 기준에 못미치게 된 하림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규제 족쇄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돼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림은 최근 파이시티를 4525억원에 매입하면서 자산이 이번엔 10조원까지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말까지 별도의 자산 매각을 추진하지 않으면 연말 자산 재평가를 바탕으로 내년 4월 대기업집단 재지정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매각은 커녕 오히려 자산 규모를 더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M&A시장 강자들인 롯데, 포스코 등이 주춤하고 있는 틈을 타 `한국판 카길`을 꿈꾸고 있는 하림그룹이 M&A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며 “하림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대기업집단을 대비한 제반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여러 규제들 때문에 M&A를 주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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